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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주주행동주의가 절대 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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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는 영웅도 악당도 아닌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 중 일부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대표주자격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이창환 대표가 한 말이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가 화제인 가운데, 수많은 개인 투자자는 주주행동주의 펀드를 선(善)한 세력으로 규정한다. 공매도 세력을 '악(惡)의 축'으로 여기는 것과 반대다.


펀드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자산운용사 대표 입장에서 주주행동주의를 과도하게 미화하는 여론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장사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배당을 늘리라고 하는 것은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

오는 28일 KT&G 주주총회를 앞두고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주당 배당금을 1만원으로 제안했다. KT&G 이사회가 정한 주당 5000원 대비 2배 수준이다. FCP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소각도 요구했다. KT&G가 보유한 적립금·잉여금 합계 약 7조원과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자본구조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의 합리적 규모라고 설명했다. KT&G 주가가 15년 전 수준에 머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지난 15년간 동종 업계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주주환원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T&G 이사회는 중장기 성장투자 계획을 고려해 배당금을 전년 대비 200원 증액했다며, 배당을 꾸준히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최근 3년간 배당성향은 50%를 웃돌고 있고, 자사주도 꾸준하게 매입하고 있다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KT&G 이사회는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3조9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세웠다.


현시점에서 FCP와 KT&G 이사회 가운데 누구의 주장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현재 KT&G 주식은 없지만 의결권이 있는 주주는 배당금을 많이 주는 안건에 손을 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KT&G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보다 주주총회가 끝나고 배당을 얼마 받을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고 해서 '선'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악'이라고 규정하며 편을 가르려는 이분법을 경계해야 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하는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라고 해서 일반주주 모두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에 나서는 주주행동주의 펀드 가운데 배당 확대보다 자기주식 소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주총회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로부터 지지를 얻으려면 배당 확대 안건이 유리하다. 배당금 입금일은 가깝고 자기주식 소각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까지는 멀다.


주식을 이미 팔고 의결권만 남아있는 주주는 주식 소각으로 주주가치가 오르면 오히려 배가 아플 수 있다. 현재 주식을 들고 있지만 의결권이 없는 주주는 기말 배당으로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분기 배당을 통해 환원하거나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방안을 더욱 선호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결국 기관이나 개인이나 계좌 수익률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주가가 오르면 모두가 행복하지만 주주환원 정책을 두곤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주주행동주의 캠페인 확산으로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성장에 따른 과실을 최대주주 위주로 분배하던 방식을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기관 투자가가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우는 건 펀드 수익률 제고가 최우선 목표여서라는 점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의협심이나 희생정신이 강한 정의의 사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초동시각]주주행동주의가 절대 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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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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