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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인구구조 변화, ‘로봇 도시’ 서울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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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과 가을, 2년 반 만에 찾은 한국에 머물며 체감한 변화는 일상 속에 깊이 들어온 IT와 기계들이었다. 식당에서도 기계 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문과 결제가 이루어지고, 미술관에서는 로봇의 안내가 자연스러웠다. 신용카드 대신 앱 결제가 보편화되었고, 심지어 몇몇 프랜차이즈 가게에서는 지폐를 받지 않는 곳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변화가 없지는 않지만, 속도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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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불편했다. 키오스크를 쓸 줄 몰라 화면 앞에서 헤매야 했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매번 미안한 마음으로 양해를 구하는 것도 불편했다. 한국에 살지 않아서 사용할 수 없는 앱도 꽤 있었다. 서울에서 지내는 시간이 귀찮음의 연속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가을에 다시 서울을 찾으니 어느덧 이런 환경에 익숙해져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IT 도입이 상대적으로 더딘 미국으로 돌아와 겨울을 보내면서 서울의 변화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IT 서울’을 이해하려면 역사적으로 도시와 과학기술의 관계를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업혁명으로 도시는 급작스러운 팽창을 경험했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역시 또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다. 영국이나 미국, 서유럽의 도시들처럼 인구가 급증한 도시들은 새로운 인프라를 앞다퉈 도입했다. 새로운 기술을 누가 먼저 도입하느냐를 두고 경쟁까지도 심심찮게 펼쳐졌다. 1807년 세계 최초로 가스등을 가로등으로 설치한 곳은 런던이었다. 이에 뒤질세라 파리는 19세기 전반 수많은 가로등을 설치, ‘빛의 도시’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

이 당시 서울은 조선 시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상황에서 새로운 과학기술을 선도적으로 받아들일 여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1960년대 공업화와 도시화의 급속한 전개로 예전의 런던과 파리처럼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서울 도시 곳곳에 지하도와 육교, 고가도로가 등장하더니 1974년에는 지하철 1호선을 개통했다. 그 뒤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며 지하철은 9호선까지 개통, 오늘날 세계 4위의 노선망을 갖춘 도시가 되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고속 인터넷과 휴대폰의 빠른 보급으로 ‘인터넷 강국’의 수도 서울은 자타가 공인하는 IT 도시로 발전을 거듭했다. 미술관의 로봇이나 식당 키오스크는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의 IT는 기존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서울에서 도입한 첨단 기술은 주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쪽이었다. 최근에는 노동 시장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더 확산해가고 있다. 왜 사람을 쓰지 않고 기계로 대체하는 걸까.


지난봄 자주 가던 돈가스집 사장님과의 대화에서 답을 찾았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이야기를 역시 키오스크를 설치한 근처 카페 사장님에게도 들었다. 한국 인구 구조를 들여다보면 젊은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알려져 있고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20~24세 인구는 25~29세에 비해 크게 줄었고, 15~19세 인구는 그보다 더 적다. 심지어 0~4세 인구는 75~79세 인구와 거의 비슷하다. 이런 인구 구조라면 아르바이트 직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젊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안으로 높은 연령대나 은퇴자들의 노동 시장 참여 유도 정책도 고려할 수 있겠으나 지금처럼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된다면 그 효과는 한정적이다. 북미나 유럽처럼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안정적으로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지 않고, 단기간 머무는 ‘외국인 노동자’만을 받아들인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가장 현실적으로 선택한 대안이 무인화인 셈이다. 지금은 키오스크와 로봇에 불과하지만 갈수록 발전하는 기술의 결합으로 머지않아 사람들이 해오던 많은 일을 기계가 대신 할 것이라는 전망은 새롭지도 않다. 이제 곧 단골 카페에서도 핸드드립 커피는 기계가 맡고, 주인은 기계를 관리하면서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는 역할만 하게 되지 않을까.


무인화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이 되겠지만, 서울은 선두에 서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19세기 초 수많은 가로등 설치로 ‘빛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었던 파리처럼 서울은 일상 속에서 수많은 로봇의 도입으로 ‘로봇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Seoul RAIM: Seoul Robot & AI Museum)의 조감도.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은 커다란 타원 형태의 독특한 외관 구조물을 로봇과 드론을 이용해 설치한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Seoul RAIM: Seoul Robot & AI Museum)의 조감도.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은 커다란 타원 형태의 독특한 외관 구조물을 로봇과 드론을 이용해 설치한다. 사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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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먼 미래가 아니다. 이미 수많은 로봇이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 로봇의 노동 현장은 서비스 업계만이 아니다. 제조업 분야만 해도 한국은 노동자 1만명당 1000대의 로봇을 도입,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도봉구에 건설 중인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으로, 로봇과 드론이 건축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2021년 5월 착공, 2023년 가을 완공 예정이며 이미 해외 몇몇 건축 전문 블로그에 소개되었다.


예전에는 로봇이 사람들을 실업자로 만들 거라는 우려가 앞섰다. 하지만 한국은 인구 구조 변화로 이제는 오히려 로봇의 도움을 받아야만 사업과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대신 로봇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차 고급화되어 갈 것이고 이를 위한 교육과 연수 과정의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이런 프로그램이 사회 전반에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해 보인다. 그 때문에 서울은 로봇의 도입에서만이 아니라 로봇과의 공존에서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도시가 될 전망이다.


서울은 계획도시도 아니고, 최신 기술을 잘 활용하는 첨단 도시라고 하기도 어렵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와 주거 환경 등 개선할 것도 많다. 하지만 로봇의 도입을 통해 ‘로봇 도시’로 불릴 서울은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도 경제적 원동력을 유지하면서 역사상 최초로 로봇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첨단의 도시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자, 그렇다면 로봇과 공존하는 서울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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