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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 "미래 위해 방폐장 이제 삽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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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한국 현실상 RE100 대신 CF100이 적합
방폐장 건설, 한시가 급한 문제

탄소중립 시대 "미래 위해 방폐장 이제 삽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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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목표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내용이다. 2021년 기준 전체 전력 생산 비중에서 원전은 27.4%, 신재생에너지는 7.5%를 차지하고 있다. 2030년까지 각각 32.4%, 21.6%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탈원전에서 원전 복귀로 정책 방향이 명확해졌음이 또 다시 드러난 것이다. 정부가 탄소 없는 녹색성장 방법론으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대신 'CF100(Carbon capture and storage100)'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탄소 없는 에너지를 사용해 지구를 지키자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태양광, 수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쓰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RE100'이다. 205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적인 민간 캠페인이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했으며, 이들이 협력사에도 RE100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도 동참 중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고 이상적인 동력원이다.

그러나 RE100은 한국의 지형여건 등을 고려할 때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의견이 많다. 일 년 내내 해가 떠 있는 사막이 한국엔 없다. 게다가 땅이 비좁아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곳이 마땅치 않다. 풍력 발전기를 돌리기에 적합한, 강하고 일정한 바람이 부는 곳도 적다. 강물은 느리게 흐르고 거대한 폭포도 없다. 한마디로 재생에너지 생산엔 최악의 조건이다. 한국전력공사(KEPCO)의 2023년 1월 '전력통계월보'를 보면 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비중은 8.1%에 불과하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5만2740Gwh다. 2021년 한 해 동안 전력 다소비 기업 상위 20개사가 사용한 전력량(8만7794Gwh)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력 수요가 많은 반도체 산업의 향후 시설 확충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상적인 RE100, 현실적인 CF100 선택의 순간
2030 NDC(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경제단체-경제단체 간담회가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김상협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2030 NDC(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경제단체-경제단체 간담회가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김상협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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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부는 RE100 대신 또 다른 탄소중립 캠페인인 'CF100'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CF100은 '무탄소 에너지원'을 100% 활용하자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수소와 원자력까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본다. CF100을 선언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구글이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62.2%가 'RE100 대신 CF100을 추진하는 것이 국내 현실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절묘하게 정부의 이번 발표와도 어울린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양날개로 탄소중립을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말하자면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CF100과 거의 일치한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환경단체들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과거 발표한 목표치보다 낮아졌다는 이유 등으로 반발하고 있다. 계획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환경단체의 이상론과 정부의 현실론이 법정에서 충돌하기 직전이다.


관건은 방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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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CF100으로 가는 길에는 큰 걸림돌이 있다. EU(유럽연합)는 '택소노미(녹색분류 체계)'에 기존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을 넣으면서 단서조항을 달았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한 세부계획과 실천이다. 원자력을 친환경, 녹색에너지로 인정받으려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을 만들란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분야 강국이다. 그러나 한국엔 방폐장이 아직 단 하나도 없다. 1978년 첫 원전 가동 이후 45년이 지났지만 아직 방폐장을 만들지 못했다.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에서 쌓이는 폐기물은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2021년 4분기 기준 전체 용량 중 98.1%가 들어찼다. 이대로라면 2030년대에는 포화 상태에 이른다.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방폐장 부지가 확정되더라도 실제 운영까지는 수십 년이 걸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1년 방폐장을 확보하는 데 대략 37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현재 방폐장 건설과 관련된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의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방폐장 건설이 급선무”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늦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정부가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실현하려면 지난 수십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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