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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딜레마…올리면 좋을 것 같지만 알바 청년 일자리 가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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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안 될 땐 직원 월급 주기도 힘들어
가게 사정 어려워지면 인건비부터 감축
무인 주문기·서빙로봇으로 인력 대체해

대학생 오모씨(22)는 얼마 전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8개월째 일하고 있는 식당 사장으로부터 근무시간을 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식당 사장은 가게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동안 일주일에 5시간씩 3번 근무했던 것을 3시간씩 3번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수입이 반토막 수준이 된 오씨는 급하게 다른 일자리를 추가로 구해야 했다.

오씨는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고 들었다”며 “가게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알바 시간을 확 줄이거나 아예 신규 알바를 안 뽑는 현상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23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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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소비 둔화 속 최저임금은 매년 6%대로 상승하며 직원부터 줄이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청년층 고민도 깊어져만 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편의점 사장 이지영씨(36)는 “장사가 안되는 시기엔 수입이 직원 월급으로 다 나가 한 푼도 안 남은 적도 있다”며 “내년에 최저시급이 더 오르면 알바생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5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71)도 “매출은 줄고 있는데 몇 년 새 최저시급이 확 올라 부담된다”며 “내년에 시급 기준이 얼마나 오를지 인건비가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서빙 로봇과 무인 주문기로 아르바이트생을 대체하는 매장도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식업체의 무인 주문기 사용 비중은 7.8%로 집계됐다. 2018년 0.9% 수준이었던 무인 주문기 사용 비중은 이듬해 1.5%에 이어 2020년 3.1%, 2021년 4.5%, 2022년 6.1%로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서빙 로봇 보급 대수도 2021년 3000대였던 것이 2022년 5000대, 지난해 1만1000대로 늘었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식당 사장 김정운씨(30)도 1년 전부터 서빙 로봇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로봇이 서빙하는 동안 다른 직원은 배달 포장을 하거나 다른 업무를 볼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라며 “기계 임대료가 한 달에 50만~60만원 정도라 인건비와 비교해 저렴하고, 어려운 고용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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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청년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대학생 이민지씨(21)는 “월세 때문에 알바를 꼭 해야 하는데 선택지가 별로 없다”며 “주변 친구들 얘기 들어봐도 확실히 알바 구하기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성진씨(24)도 “요즘 물가가 비싸서 최저시급이 오르면 당연히 좋겠지만 가게 매출이 그만큼 안 오르면 나 같은 알바생부터 잘릴 것 같다”며 불안한 심정을 드러냈다.


법정 기준 이하의 금액을 받으면서 일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급 962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약 30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성동구 도선동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 아르바이트생 안모씨(20)도 같은 경험을 했다. 안씨는 “몇 달 전에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했을 때 사장님이 ‘요즘 다른 데 일할 곳 없지 않냐’며 최저시급보다 적게 줬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향은 맞으나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일하는 사람이 300만명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이하를 받으면서까지 일하겠다는 노동자가 많다는 건 아직 한국의 경제 발전 수준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일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기준 금액을 올리는 데만 목적을 두지 말고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사람을 어떻게 줄일지, 최저임금에 어떻게 유연성을 도입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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