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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칼럼]전전긍긍하며 애쓰는 삶을 긍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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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어
궁상맞은 나날 거쳐야 별의 순간
청년세대, 냉소주의 문화 극복을

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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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 냉소주의가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체념적으로 바라보는 걸 넘어 타인들의 삶도 냉소적으로 바라보곤 한다. 특히 청년 세대 사이에서는 ‘노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노력해봐야 타고난 수저는 바꿀 수 없다, 애써봐야 꿈을 이루고 빛나는 삶은 남의 것이다, 같은 냉소와 체념이 깊이 퍼지고 있다.


이런 흐름 아래에서 어떤 이들은 다른 누군가가 전전긍긍하며 애쓰는 걸 비웃기까지 한다. 스스로 노력하고, 타인의 노력을 응원하는 대신 그들은 타인의 노력을 비웃는 구경꾼이 된다. 한 걸음 물러나 '애초부터 잘될 사람'과 '애써도 안 될 사람'을 신처럼 나누며 구경하고 비웃고 품평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각종 댓글 창에는 이런 조롱과 품평, 냉소가 넘쳐나고 있다.

구경꾼들은 인간의 불완전한 애씀을 신뢰하기보다는 특별한 인간에게만 완벽한 천재성이나 타고난 재능, 태생적으로 정해진 자연스러운 빛남이 있고, 자신은 그것에 대한 안목이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 우리 시대에 무척 흔해지기도 한 이런 냉소주의는 무엇이든 귀찮게 여기면서 편의적으로 소비하는 데 중독되어가는 소비사회형 인간의 태도와도 직결된다. 악착같이 노력하며 생산하는 태도 자체를 싫어하게 되면서, 그것 자체를 평가 절하하거나 추하게 여기고 소비에만 머물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은 이런 쪽에 가깝다.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나 너무나 아름다워 보이는 어떤 존재도 사실은 너무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지리멸렬할 정도로 추한 시절 속에서 애써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도도함을 자랑하는 미남미녀도, 얼굴에 난 잡티 하나하나에 강박적으로 신경 쓰며 관리하고, 수많은 시술과 표정 연습을 거쳐 그렇게 보이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여왕이었을 것 같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도, 세계 제일의 야구선수나 축구선수도 똑같이 지지리 궁상맞은 나날들을 거치고 거쳐, 간신히 그 빛나는 순간에 도달한 것이다.


누구나 무엇이든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유명하거나 성공하거나 완벽할 수도 없다. 근사해 보이는 사람, 마치 태어날 때부터 '멋진 사람'의 운명을 부여받고 타고난 것 같은 사람에게도, 어설프고 진흙탕을 뒹구는 것 같이 전전긍긍하는 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어느 시절에는 용쓰네, 네까짓 게 그런다고 되겠냐, 같은 시선을 받는다. 땅 짚고 헤엄치듯이, 때론 가족 같은 가까운 사람들의 체념 섞인 눈빛까지 받아 가며 '발악한' 끝에 일종의 이상을 이룬다.

그렇기에 애씀을 무서워하면서도 비웃는 문화를 경계해야 한다. 삶이란 본디 구경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며 살아내는 것이다. 애쓰는 사람들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삶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자기의 삶을 타인들의 시선에 난도질당하게 두지 않고, 자기의 파도로 만든다. 자신의 에너지로 삶을 이끌고가며 자기의 삶을 살아낸다. 이런 삶은 구경꾼으로 머물러서는 흉내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 날, 밝은 햇살 아래 가장 추한 것은 진흙탕을 뒹굴며 나아가던, 애쓰며 발악하던 그가 아니라, 담벼락 아래 낄낄대며 줄지어 앉아있던 구경꾼들이라는 것은 너무나 쉽게 밝혀진다. 냉소하는 문화와 싸우며 애쓰는 당신을 응원한다.

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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