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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산학연의 경고…"中 무시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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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중국의 성과를 무시할 때가 아닙니다. 한·미·일 공조의 유효기간은 장담할 수 없고,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의 물밑 접촉과 협력을 여전히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중국 시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이후 발생할 여러 상황을 골고루 따져봐야죠."


얼마 전 만난 중국 근무 경력 10여년의 대기업 임원 A씨의 말이다. 최근 중국에서 활동하는 산업계·학계·연구 분야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들은 모두 이 맥락 위에 있었다.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경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것처럼 등지고 선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다.

[이미지출처=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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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국이 실체 없는 한한령으로 한국에 벽을 쳤다면 한국은 근거 없는 무시와 폄훼로 흐린 눈을 하고 있다. 한한령은 중국 문화와 관광이라는 제한된 시장에 주로 영향을 미쳤을 뿐이지만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흐린 눈은 결국 우리 자신이 전개해야 할 산업 전략과 정책의 적기를 놓치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을 바라보는 한국의 잃어버린 현실감각이 대표적이다. 지난 19일 베이징 포스코빌딩에서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KOSTEC) 주최로 열린 '중국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전략 세미나'에서는 꽤 의미 있는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김종명 상하이과기대학교 화학과 교수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중국의 이차전지 산업'을 주제로 진행한 발표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가격 경쟁력은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한때 한국에서 '싸구려'로 평가받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2020년대 들어 이차전지 시장에서 급부상했다. 2010년대 초부터 꾸준히 LFP 배터리 관련 기술과 기초연구에 집중하던 중국은 풍부한 인산과 철 원자재를 기반으로 현재 관련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의 이차전지 3사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내세우며 뒤늦은 추격을 시작했다.

전고체 전지와 비교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반고체 전지도 마찬가지다. 웨이란신에너지기술, 닝더스다이(CATL), 간펑리뎬 등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앞다퉈 전기차 탑재와 응축 배터리 생산 등 성과를 내자 LG엔솔은 충북 오창에 에너지플랜트 구축을 발표하며 2026년 상용화를 발표한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나트륨 이온전지도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 업계는 여전히 그 가능성과 실체를 낮잡아보며 외면하고 있다.


김 교수는 "1~2년 전의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는 나트륨 이온 전지의 가능성과 성과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시장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20개 공장 중 16개가 중국에 있고, 2년 안에 중국이 전 세계 시장 95%를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국이 나트륨 이온 전지 시장에 뛰어들고, 기업들이 당장 투자와 상용화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면서 "중국의 시장 상황과 성과에 대해서 정확히 진단하고, 그 뒤 우리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이차전지 시장에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은 찾기 힘들고, 중국 내 국산화율이 높아 수요도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차전지가 뒤늦게 허를 찔리고 쫓아가는 분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디까지 갔는지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업상의 필요로 중국을 찾은 기업인들은 대체로 쉬쉬하며 아무도 모르게 다녀가고, 유의미한 성과도 외부에 알리길 극도로 꺼린다. 한 기관장은 "예전엔 장관급 의전을 위해 공항 문지방이 닳도록 다녔는데, 최근엔 언제 공항에 갔는지 기억도 없다"면서 "솔직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위급 교류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대규모 설비 투자나 인적 교류, 시장 개척을 위한 조사 따위도 멈춰 선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 경쟁에, 과잉 생산에 그냥 둬도 힘든 판국에 (정부의) 눈치 보느라 안팎으로 편치 않다는 업계의 볼멘소리를 심각하게 들어야 할 때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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