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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인구전략]경쟁사가 부러워하는 삼성중공업 "4시간 일해도 OK, 돌발상황 연속 육아 걱정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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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유일 유연근무제
월 근무시간 내 조절 자유
모성보호실·장학교실 등
다양한 일·가정 양립제 운영

“둘째 낳고 삼성중공업 에 2010년 입사했어요. 그때부터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탄력근무제도(Flexible time·출근 후 8시간 근무)가 있었어요. 조선사에서 제일 빨랐어요. 제가 자랑하면 다른 조선사에서 다 부러워했어요.”(김희정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 선형추진기연구 수석연구원)


“한 달 단위로 의무 근무시간만 채우면 하루에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유연근무제도는 진짜 좋은 제도 같아요. 그런데 다른 조선소는 안 하잖아요. 삼성중공업에만 있어요. 우리 부서 과장님 와이프가 약사님이거든요, 약국을 비울 수가 없어요. 아이가 아프면 일하다가 ‘부장님, 아이가 아파서 가봐야겠습니다’라고 하고 바로 갑니다. 저희끼리 ‘삼성중공업 직원이 약사보다 괜찮다’고 해요. 유연근무제는 엄마 아빠 할 것 없이 가정을 지킬 수 있게 해줍니다.”(노애경 삼성중공업 의장팀 기장부 부장)

“제가 다른 회사와 비교해보니까 삼성중공업 근무시간이 되게 자유롭더라고요, 제 주위에도 육아하면서 자주 생기는 돌발 상황에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워킹맘들이 많아요.”(정은영 삼성중공업 생산기술연구센터 용접연구 책임연구원)


지난 8일 거제 조선소에서 삼성중공업 워킹맘 셋을 만났다. 24년 경력의 김희정 수석연구원은 두 딸 엄마다. 김 수석연구원은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탄력근무제와 유연근무제 혜택을 많이 누렸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유연근무제를 운영한다. 월 의무근무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하루 4시간 이상만 근무하면 된다. 근무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연차로 대체할 수도 있다. 출퇴근 시간은 맘대로 조정하되 일 근무시간은 8시간으로 고정되는 탄력근무제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제도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정한 의무근무시간인 오전 10시~오후 3시를 제외한 시간 내에서 일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김희정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 선형추진기연구 수석연구원 [사진제공=삼성중공업]

김희정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 선형추진기연구 수석연구원 [사진제공=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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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석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 1호 여성 연구원으로 5년 동안 근무하다 박사 과정과 박사후 연구원(post-doc·포닥)을 거쳐 삼성중공업에 합류했다. 대전 연구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외형을 설계한다. 삼성중공업은 그가 설계한 선형의 LNG선을 총 90여척 수주했다. 지난해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과 2015년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받았다.

김 수석연구원은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로운 근무 시간”이라며 “공공기관은 일주일 전에 계획을 써낸다는데, 아이가 갑자기 아픈 긴급상황에선 대응할 수 없다”고 했다.


두 아들의 엄마인 노애경 부장은 국내 조선사 최초로 생산 관리직에 배치된 여성 엔지니어 1세대다. 올해로 21년 차다. 선박 엔진룸에 들어가는 배관·내장재 등 의장품 설치와 도장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노 부장은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삼성중공업 직원 200여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유연근무제를 적용하기 전까지는 생산 현장에선 ‘이거 큰일 날 거야’라는 게 대부분 생각이었다”고 했다. “‘현장은 24시간 돌아가는데 관리자가 없으면 어떡하냐’ 다들 이랬어요. 막상 해보니까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본인 일하는 시간에 집중해서 더 잘합니다.”


노애경 삼성중공업 의장팀 기장부 부장 [사진제공=삼성중공업]

노애경 삼성중공업 의장팀 기장부 부장 [사진제공=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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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직원들은 근무시간 자율조절 외에도 다양한 일·가정 양립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임신했거나 생후 1년 미만 유아를 양육하는 여성 직원은 거제 조선소 곳곳에 설치된 모성보호실에서 하루 2번 30분 이상 휴식을 취한다. 총 13곳의 모성보호실이 있다. 임신 기간에는 1일 2시간 단축 근무한다.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위한 제도도 있다. 기혼자 중 부양가족이 있거나 동거하는 이가 있으면 사원아파트에 살 수 있다. 보증금 200만원에 월 5만원을 내면 4년간 거주할 수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들에게 교육과 자습실을 제공하는 회사의 ‘장학교실’ 혜택을 받는다. 노 부장은 “협력사 임직원 자녀도 가능하다”며 “선생님들도 실력 있는 분들을 모셔온다”고 했다.


배우자와 자녀 진료비의 본인부담금도 지원받는다. 삼성중공업은 임직원의 가계지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1995년부터 의료비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여성 인권 보호를 전담하는 인권담당자를 뽑아 성차별 사례 등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인권담당자는 여성 4명 포함 총 18명이다.


정은영 삼성중공업 생산기술연구센터 용접연구 책임연구원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정은영 삼성중공업 생산기술연구센터 용접연구 책임연구원 [사진제공=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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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딸을 둔 정은영 책임연구원은 남자도 힘들다는 용접만 17년 연구했다. 그가 만든 용접 지침서를 따라 용접사들이 용접한다. 신규 시공법이나 용접 재료 개발도 하고 용접 품질 문제나 현장 애로사항도 해결한다. 해양 구조물 용접 시공법과 용접재료를 개발해 작년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받았다.


정 책임연구원은 “중장비를 다루는 조선소에서 일하다 보니 처음엔 저를 안쓰럽게 보는 분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남성 비율이 높긴 하지만 여성 샤워장이나 화장실도 남성용 시설 수와 똑같이 있고, 일할 땐 여성이 아니라 동료로 봐주기 때문에 일하면서 여성이라서 제약이 있었다거나 불편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많아요. 조선소 내 ‘해피웰빙센터’에서는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K인구전략]경쟁사가 부러워하는 삼성중공업 "4시간 일해도 OK, 돌발상황 연속 육아 걱정없어요" 원본보기 아이콘

노 부장은 눈치 보지 않고 육아 지원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가정 양립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심리적 부채감 없이 쓰는 분위기가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동료들 의식 수준도 높아진 거 같다”면서 “다만 아직도 육아휴직을 쓰면 인사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하는 직원도 더러 있다”고 했다.


“아이 다 키운 저 같은 시니어 레벨들이 이런 제도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지요. 지역 사회 역할도 중요합니다. 거제는 조선업으로만 운영되는 작은 도시라서 육아 인프라가 수도권보다 덜 갖춰진 부분들이 있어요. 회사는 좋은 제도를 운영하고 이를 많이 쓰게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면, 지역사회에서는 검증된 베이비시터 확보 등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육아는 긴 호흡이 필요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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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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