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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미래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상실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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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미래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상실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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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철학자이자 미래학자였던 프레드 폴락은 저서 ‘미래의 이미지(The Image of the Future, 1973)’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 "미래 이미지의 흥망은 한 사회의 흥망과 궤를 같이한다. 어떤 사회의 미래 이미지가 긍정적이면 그 사회는 번성한다. 반면 미래의 이미지가 부정적이고 활력을 잃기 시작하면 그 사회는 쇠퇴한다." 여기서 폴락이 이야기하는 미래의 이미지는 한 사회나 개인들이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 기대, 두려움, 불안 등을 의미한다.


과거 대한민국은 긍정적이고 설득력 있고 강력한 미래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개발독재의 암울한 시기에도 미래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일반 국민에게 있었다. 1970년대 후반에는 ‘대망(待望)의 80년대’라는 구호가 있었다. 1980년대가 되면 선진산업사회로 진입할 것이며 경제는 고도화되어 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미래의 이미지이다. 비록 1980년대 군부독재와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를 겪기는 했지만 우리는 이러한 미래 이미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1세기의 사반세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이보다 더 호소력 있는 미래의 이미지는 없었다.

현재 한국 사회와 개개인들이 갖고 있는 미래의 이미지는 과연 긍정적일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로 경제는 쪼그라들고, 사회는 역동성을 잃어갈 것이다. 기후 위기가 더욱 심화하여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다. 기술은 우리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며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경쟁과 격차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미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상실한 지 오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리더십이다. 광복 이후 우리는 전쟁과 빈곤, 독재 등의 암울한 상황을 미래에 대한 긍정적이고 설득력 있고 강력한 비전을 갖춘 리더십을 통해 돌파해 왔다. 미래에 대한 비전은 근본적 변화가 요구되는 격변기에 특히 중요하다. 지금이야말로 호소력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국민의 부정적 미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리더십 말이다. 역사적으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힘을 잃고 쇠퇴할 때 그 사회는 몰락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2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에서는 다양한 총선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민생문제를 포함해 저출산, 복지, 기후, 안전, 격차 해소 등을 내걸고 있으나 미래에 대한 호소력 있는 비전과 리더십은 보이질 않는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호소력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길 바란다. 호소력 있는 비전은 사람들의 행동을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미래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특성과 상황을 반영한 차별성 있는 비전은 평범한 비전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어떠한 결정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래에 대해 어떠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느냐에 따라 현재를 바꿀 수 있다. 미래에 대한 호소력 있는 비전은 현재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가리키는 귀중한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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