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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의사의 설명의무 미성년 환자 부모에게 하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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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인 환자에게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있는 경우 의사의 설명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모에 대한 설명으로 충분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미성년자 A군과 A군의 어머니가 B 병원을 상대로 A군에 대한 수술 과정에서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군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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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당시 12세였던 A군은 C 병원에서 뇌 MRI 촬영 결과 대뇌혈관폐쇄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종합병원인 B 병원을 찾은 A군과 A군의 부모는 의사로부터 수술로 모야모야병을 치료할 수 있고, 수술 전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수술을 위해 입원했다.


뇌혈관 조영술이란 하지의 대퇴동맥으로 도관을 넣고, 뇌혈관에 위치시킨 후 적절한 양의 조영제를 주입하면서 수초간 연속적으로 X선 촬영을 해 뇌혈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법을 말한다.

입원한 다음날 오전 A군은 수술 전 뇌혈관 조영술을 받았는데, 시술 중간에 A군이 두통을 호소하고 움직임이 많아지자 의사는 진정제를 투여해 진정 시킨 후 시술을 계속해 1시간 20분 만에 시술을 마쳤다.


그런데 시술 당일 오후 A군이 경련 증상을 보이면서 급성 뇌경색 소견을 보였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기도 했다. 10여일 뒤 A군은 애초 예정된 대로 간접 우회로 조성술을 받았고, 시술 일주일 뒤 퇴원했다.


이후 A군은 또 다른 병원 등에서 재활치료를 계속 받았지만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 및 언어기능 저하의 후유장애가 남았다.


A군과 A군의 어머니는 시술 과정에서의 B 병원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각각 2억5000만원과 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두 사람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의료진이 A군의 어머니에게만 시술 위험성을 설명했을 뿐 정작 A군 본인에게는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B 병원 측이 A군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의료법 및 관계법령들의 취지에 비춰 보면, 환자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자신의 신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서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미성년자인 환자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의 보호 아래 병원에 방문해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의료행위를 선택·승낙하는 상황이 많을 것인데, 이 경우 의사의 설명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이뤄지고 미성년자인 환자는 설명 상황에 같이 있으면서 그 내용을 듣거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의료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전해 들음으로써 의료행위를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는 언제나 의사가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이처럼 미성년자와 유대관계가 있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해 설명이 전달돼 수용하게 하는 것이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서 더 바람직할 수 있다"라며 "따라서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관해 설명했다면, 그러한 설명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해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전달됨으로써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직접 설명이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 대한 판단도 내놓았다.


재판부는 "다만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의료행위 결정과 시행에 미성년자의 의사가 배제될 것이 명백한 경우나 미성년자인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이는 경우처럼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에 관해 설명하고 승낙을 받을 필요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사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 대한 설명만으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고,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원심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조영술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문제 삼아 원고 A군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하려면 우선 A군에게 의료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선택·승낙할 수 있는 결정능력이 있는지를 심리해야 하고, A군이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A군의 부모에게 이 사건 조영술에 관한 설명을 했더라도 A군에게 직접 설명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심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심리를 하지 않은 채 A군에게 직접 설명했다는 사정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A군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라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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