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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심판이 선수로 뛰면 생기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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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오버페이스는 기업 의지 꺾고 국민 세금만 축내

스포츠 경기에서는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경우가 없지만, 현실 사회에선 그런 일이 빈번하다. 공공이 민간기업의 영역에 뛰어드는 경우가 그렇다. 민간기업들의 창업 의지를 꺾고 국민들이 낸 세금은 세금대로 허공에 날리는 일도 있다.


배달산업에서의 예가 대표적이다. 코로나 펜데믹 시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배달 플랫폼 산업에는 20개가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여러 지자체들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만 날렸다.

2~3년 전부터 지자체들은 앞다퉈 공공 배달앱을 출시했다. 정부 통계로는 광역·기초 지자체가 주도한 공공 배달앱은 그 숫자가 25개에 이른다.

공공이 배달 플랫폼 사업으로 돈을 벌어보자는 것은 아니었다. 민간 배달앱의 과도한 수수료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공공이 민간의 효율과 자금력을 따라갈 순 없었다. 태생적으로 경쟁이 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공공 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에서 공공 배달앱을 통한 가맹점당 하루 평균 주문 건수는 2.1회(2022년 3분기 기준)에 그쳤다. 입점한 외식업체 수가 적다 보니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가 없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독과점 기업들을 견제하는 ‘메기’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명확했다. 취지가 좋았다고 해서 박수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모호한 역할 경계가 신산업 태동을 막는 사례도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내놓은 ‘1인가구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는 1인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해 만들어진 공공복지 서비스다. 서울시는 2021년 말부터 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고, 경기도도 혼자 병원에 가기 어려운 1인가구를 대상으로 병원 이동뿐 아니라 접수, 수납 등을 돕는 서비스를 올해부터 시작했다. 시간당 5000원 정도의 비용이 자부담이고 나머지는 예산으로 대는 구조다. 이렇게 하니 민간 서비스의 4분의 1 수준의 가격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서울시에 이어 경기도까지 이 서비스를 내놓자 대도시를 중심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사업모델로 하는 스타트업 등 민간기업들이 고사위기에 내몰렸다. 관련 기업을 창업한 A대표는 몇 년간 10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지만 공공에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면서 버거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했다.


1인가구가 늘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복지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공공에서 서비스 수혜대상을 너무 넓혔다는 점이다. 서비스 대상을 거의 전 연령층(청년, 중장년, 노인 등)으로 하다보니 민간의 영역을 싹쓸이해 설 자리를 없애고 있다. 과잉복지 논란에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계청의 ‘2022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1인가구(2021년 기준) 비중은 전체 가구 수의 33.4%나 될 정도로 많다.


돈은 새고 시행착오만 쌓인다. 지자체에 재원을 대는 중앙정부의 빚은 작년 기준 1037조원으로 5년 전보다 1.65배 늘었다. 선(線)과 영역의 기준이 필요하다.

[시시비비]심판이 선수로 뛰면 생기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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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콘텐츠매니저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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