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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아들을 집에 남겨둔 아버지가 법정에 선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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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느라 주말에만 돌아온 父
아동 방임 혐의로 재판 받아
법원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

초등학생 아들을 홀로 남겨둔 채 일을 하러 나가 주말에만 돌아온 50대 아빠의 얘기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지난달 23일 법원의 첫 번째 판단이 나왔다. 유죄. 형량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범죄사실과 법원 판단이 담긴 판결문은 A4 용지 2장이다. 사실 이면에 있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까지 파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다. 다만 사건의 전말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는 여럿 존재한다.

이 사건 피고인 A씨(55)가 아들을 울산 남구에 있는 집에 혼자 둔 건 2021년 7월이다. 일하러 포항에 가야한다며 집을 나섰다고 한다. 그가 돌아온 건 주말이었다. 그 사이 12살 아들 B군은 혼자 생활하면서 학교에 다녔다. 이들의 '주말 부자' 생활은 그해 10월 말까지, 약 4개월 동안 이어졌다.


늦둥이 아들을 집에 남겨둔 아버지가 법정에 선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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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부자 생활은 B군 담당 선생님의 신고로 마침표를 찍었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상 초·중·고 선생님 등 25개 직군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되거나, 의심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게 돼 있다. 담당 선생님은 B군의 사연을 접한 뒤 이 같은 신고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사당국은 사건을 아동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아동보호사건이란 검사가 형벌 대신 보호처분이 적절하다고 인정해 가정법원으로 넘기는 사건을 말한다. 이 경우 법원이 가해자에게 내릴 수 있는 처분은 사회봉사·수강명령 200시간이 최대다. 보호처분은 형사소송 절차도 아니기 때문에 전과 또한 남지 않는다.

그런데 A씨는 사회봉사나 수강명령으로 추정되는 법원의 처분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법원은 결국 보호처분취소 결정을 했고, A씨는 형사 법정에 서게 됐다. 2022년 10월의 일이다.

A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미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들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제17조 6호를 통해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엔 동법 제71조 1항 2호를 통해 징역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A씨 측은 변론 과정에서 재판부에 선처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했고, 때문에 평일에 아들을 어쩔 수 없이 홀로 둘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을 심리한 울산지법 형사5단독 한윤옥 부장판사도 이런 사정과 형편을 참작했다. 한 부장판사가 판결문에 남긴 양형 이유는 아래와 같다.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양육의 방임 정도가 가볍지 아니함에도 피고인이 이를 바로 잡아 상황을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다만, 피고인이 초범인 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


A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 판결은 지난 3일 확정됐다. 전과가 남게 됐다는 의미다. A씨는 향후 법원 명령에 따라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40시간도 수강해야 한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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