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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점점 순해지는 소주 도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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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1924년) > 30도(1965년) > 25도(1973년) > 23도(1998년) > 22도(2001년) > 19.8도(2006년) > 19도(2012년) > 17.8도(2014년) > 16.9도(2019년) > 16도(2023년 1월) > 14.9도(2023년 3월).


한때 소주 알코올 도수가 30∼35도까지 나오는 독한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소주 제조사의 알코올 도수는 대부분 증류식으로 35도였다. 이후 1965년에 30도짜리 희석식 소주가 등장하면서 알코올 도수가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소주는 지금처럼 국민 술이 아니었고, 국내 술 시장에서는 막걸리가 1등이었다. 1970년대 이후 25도짜리 소주가 등장하면서 소주는 25도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고, 25년간 이어졌다. 1990년에 들어서면서 23도, 22도 소주가 등장했고, 소주는 25도라는 인식이 깨졌다. 소주 제조사가 본격적으로 도수 낮추기 경쟁을 벌인 것이 이때다. 그렇게 소주 알코올 도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려가 이제는 14도대 소주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먹고 죽자’던 과거 음주 문화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가볍게 한잔하자’는 문화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는 여성 소비자들의 니즈도 한몫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월간 폭음률은 2021년 24.1%로 2005년에 비해 약 7% 늘었다. 월간 폭음률은 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한 번에 5잔 이상의 음주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소주 제조 공법 변화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 2일 14.9도짜리 소주를 낸 충청권 소주 제조사인 맥키스컴퍼니의 경우 한국, 미국, 중국, 일본에서 특허받은 산소숙성공법을 적용하고 쌀과 보리로 만든 증류주 원액을 적정 비율로 첨가하는 방법으로 소주 본연의 깔끔한 맛을 유지했다.


그렇다면 소주 알코올 도수는 어디까지 낮아질까. 소주 알코올 도수 낮추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게 소주 제조업체의 견해다. 14도대 밑으로 내려가면 소주 특유의 쓴맛을 유지하기 어렵고, 물비린내가 강하게 나서다. ‘술맛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비판도 있다. 사실 소주 알코올 도수를 낮출수록 소주 제조사는 이득이다. 소주는 주정(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드는데, 알코올 도수를 낮출수록 제조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소주 도수 0.1도를 낮추면 1병당 주정 가격 0.6원이 절감된다. 소주 알코올 도수 16도에서 14.9도로 낮출 경우 1병당 주정 가격이 6.6원 줄어드는 셈이다. 또 순한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려면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을 마셔야 하므로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소주 제조업체 입장에서야 어느 정도 원가 절감으로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단순히 물을 더 많이 타기만 한다면 소비자들은 외면할 것이다. 내년이면 진로의 전신인 진천양조상회가 알코올 도수 35도 증류식 소주를 생산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한 잔에 ‘캬∼’ 소리를 내뱉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도수를 낮추는 대신 더 부드러우면서도 맛있는 술을 기대해본다.

이광호 유통경제부장

이광호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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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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