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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월드컵이 전제주의에 보낸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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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민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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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카타르월드컵이 의외의 나비효과를 만들며 국제 정세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로 인해 타격을 입은 국제 사회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파장을 분석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챙길 것은 중국이다. 월드컵 개막 후 이어지고 있는 중국 내 반정부 시위의 파장은 단순하지 않다. 이제 막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대응 여부에 따라 오히려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꿔어 놓을 수도 있다. 지금 중국을 만든 것은 공산주의임에도 계파 간 경쟁을 통해 독재보다는 균형을 유지한 집단 지도 체제의 역할이 컸다. 이를 1인 통치로 바꿔버린 시 주석은 세계적인 흐름에도 역행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검열 등 정부의 ‘빅브라더(Big Brother)’ 역할은 소통과 교류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했다. 가두리에 갇혔던 중국인들은 월드컵 중계를 보고서야 통제에 길들여진 자신들의 상황을 파악했다. "왜 우리만 제로 코로나인가"라는 의문하에 거리로 나선 시위대는 14억 중국 인구 중 극히 일부지만 ‘백지 시위’을 통해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을 끌어들였다.

중국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기대는 어렵다. 오히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시위의 발단이 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월드컵 관중들의 모습을 방송에서 삭제하고 있다. 변화보다는 앞가림에 급급하다는 의미다. 이런 대응은 중국인들의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톈안먼 사태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질 경우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이미 톈안먼 사태 이후 가장 최악이라는 중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욱 큰 위기에 맞딱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란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여성인권 보장 시위를 무력 진압한 이란을 대표한 선수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월드컵에서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급기야 미국 대표팀은 양국 간 경기를 앞두고 이란 국기를 훼손하기에 이르렀다. 핵을 두고 협상하는 양국 관계에는 분명 악재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란의 인권을 양보하지는 않을 것은 자명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시각은 간단하다. 민주화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격변기를 거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하는 민주화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 독재와 전통 고수를 위해 여성과 소수민족, 종교적인 탄압을 하는 것은 더이상 세계적인 코드에 맞지 않는다.

시선을 우리에게 돌려보자.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에만 집중하다 북의 인권에 눈을 감았다. 중국의 홍콩 장악 과정에서 발생한 홍콩 시위에도 미국 등과 달리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유엔 인권이사회(HRC) 이사국 연임에서 처음으로 낙선한 것은 그냥 벌어진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달라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비해 중국과 이란의 상황은 우리와 더욱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렇다고 중국과 이란과의 관계에서 얻는 이익만을 추구하다가는 국제적인 연대에서 뒤처질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함과 동시에 우리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면밀한 대책을 선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게 글로벌 중추 국가의 역할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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