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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삼성은 왜 TSMC를 못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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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와 삼성전자 격차 갈수록 확대
삼성,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 3나노 공정 초도 양산 시작했지만 수율이 관건
하반기 반도체 시장 잿빛 전망 속 이재용 리더십 어느 때보다 중요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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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몇 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TSMC는 생소한 기업이었다.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이라는 설명을 해주면 열에 일곱여덟은 "대만? 반도체는 삼성이 최고 아냐?"라고 반문했다. 얼마 전 방한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달려간 곳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땡큐, 삼성’을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언급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얼마나 진심인 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이렇게 대단한 데 TSMC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이런 삼성을 압도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과 분기 매출이 3배 이상 많다.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이라는 기발한 사업모델을 ‘창조’한 회사다. 창업자인 모리스 창은 평생을 미국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며 부사장까지 지낸 전문가로 1985년 54세의 나이에 대만으로 돌아왔다. 당시 대만의 반도체 기술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최소 2세대 이상 뒤졌고 이를 뒤집을만한 가능성도 희박했다. 모리스 창은 TSMC를 설립하고 반도체 설계 경쟁을 완전히 포기하고 오직 생산에만 집중하는 ‘신박한’ 사업을 시작했다. 때 마침 반도체 설계만 전담하는 미국의 팹리스들이 민간에 속속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TSMC는 승승장구 했다.

모리스 창의 경영방침은 한 줄로 요약된다. 바로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모든 전자 제품의 핵심 부품이다. 이런 중요한 부품의 생산을 다른 회사에 맡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TSMC는 손해를 보더라도 기밀을 지켜 신뢰를 얻었다. 심지어 시장에서 경쟁 중인 그래픽 카드 업체 두 곳이 서로 자사의 핵심 칩 생산을 TSMC에 맡겼을 정도다.


삼성전자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팹리스처럼 반도체 설계도 한다. 스마트폰 등 IT 제품의 완제품도 생산한다. 애플이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위탁생산을 TSMC에 맡기는 것은 이런 이유다. 사업 부문이 다르다지만 자신과 경쟁하는 회사에, 자사 제품의 핵심 부품 생산을 주는 것은 보통 배짱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이게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이 가진 태생적인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시장에서는 오래전 부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시킬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위탁생산만 전담하는 회사로 분사 시킨다면 ‘우리의 칩을 베끼면 어쩌지’라는 고객사의 불안감을 희석시킬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이런 풍문을 일축해왔다.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어 경쟁력으로 TSMC를 누르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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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년째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묶여 있는 동안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은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혔다. 특히 양품을 뽑아내는 비율인 ‘수율’을 놓고 어느 고객사에게 어떤 지적을 받았다는 등의 얘기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공정에 TSMC 보다 먼저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경쟁사 보다 앞섰다는 것에 큰 느낌표를 찍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의미 있는 수율을 뽑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함께 반도체 강국을 외치고 있다. 이를 위해 세제 지원, 규제 완화, 인재 양성 등을 약속했다. 그런데 해법은 생각보다 단순할 수 있다.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게 만들어 주면 된다. 삼성이 '삼성답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말이다.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경쟁사들에 비해 총수가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삼성은 돌덩이를 달고 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라에서 도와주지 않았을 때에도 삼성은 스스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민간의 문제를 민간이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정한 지원 방안이 아닐까.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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