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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정부여당은 '겨울'을 대비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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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부는 한여름에도 겨울철 걱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유류세율 추가인하 정도를 놓고 고민하는 것을 보면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지 걱정입니다. 유류세 감면도 모자라 보조금을 쥐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전 사석에서 만난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정치권과 정부가 추진중인 유류세 인하 대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마련중인 대책으로는 물가잡기엔 어림도 없을 것이란 경고로 들렸다. 여름을 지나 앞으로 난방 등 에너지 수요가 많아지는 계절에 접어들면 지금보다 에너지가격은 더욱 뛸텐데 고작 ℓ당 150원 가량 더 깎아주는 게 효과를 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휘발유 등 주유소 기름에 붙는 세금을 37% 낮췄다. 산술적으로 ℓ당 휘발유는 57원, 경유는 38원 더 저렴해져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이보다 낮다.


유류세 37% 인하는 현행법상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다. 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히자 쓸 수 있는 카드를 전부 꺼낸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걸로는 부족한지 유류세 인하폭을 더 확대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후반기 국회 개원과 함께 처리할 방침이다. 여당은 인하폭을 50%로 늘리는 법개정안을 내놨고 야당도 비슷한 법안을 준비중이다. 여야 이견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유류세 탄력세율은 50%까지 늘어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법에 50%로 명시하면 정부는 최대한 55%까지 깎을 수 있다. 최대한도로 적용할 경우 휘발유는 지금보다 ℓ당 150원 가량, 경유는 100원 이상 더 내려간다.

하지만 국제유가 추이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한도를 50%로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오피넷에 공시된 서울 평균 휘발유가격은 최근 ℓ당 2175원인데, 이를 적용하면 유류세를 절반으로 깎더라도 기름값은 여전히 2000원을 웃돈다. 유가 상승으로 세금 인하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으로 국제유가 강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가 올 하반기엔 배럴당 150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겨울철 유럽의 난방수요가 늘면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름값이 2500원, 3000원으로 치솟는다면 정치권이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유류세율 50% 확대는 생색내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급변할 수 있는 미래를 대비해 이참에 유류세를 면제한도까지 내려 상황에 따라 부과하지 않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는 유류 탄력세율을 100%로 확대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법에 유류 탄력세율을 100%로 명시하더라도 이는 극단적인 상황을 감안한 것인 만큼, 정부가 그 안에서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100%까지 내릴 수 있다는 의미지, 반드시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여당은 유류세를 50% 이상 내리면 조세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한다. 유류세율 절반을 낮췄는데 유가가 더 올라 효과가 상쇄되면 그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건전재정을 표방하는 상황에서 보조금 지급도 쉽지 않다. ‘겨울’이 오기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엔 민간과 시장주도성장의 신호탄이 담겼다. 세수도 중요하지만 물가를 확실히 낮춰 경제심리를 다독이는 자세가 지금은 더 중요하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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