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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판례 변경돼 주거침입 처벌 면한 동성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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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판례 변경돼 주거침입 처벌 면한 동성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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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2018년 10월 27일 오후 4시30분 동성애자 A씨는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 아파트로 B군을 찾아갔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 B군과 성관계를 갖기 위해서였다. B군의 승낙을 받은 A씨는 아파트 출입문을 통해 당당하게 B군의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B군의 아버지 C씨는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함부로 주거에 침입했다는 이유로 A씨를 고소했다. 비록 C씨와 함께 살고 있는 아들 B군의 동의는 있었지만 공동주거권자인 C씨의 동의가 없었고, 만약 A씨가 자신의 집에 들어오려는 목적을 C씨가 알았더라면 당연히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C씨의 추정적 승낙도 인정될 수 없는 상황이 분명했다. 결국 검찰은 A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을 맡은 수원지방법원 백모 판사는 2019년 5월 A씨에게 주거침입죄 유죄를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백 판사는 “공동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미성년자 B군이 주거의 출입을 승낙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공동생활자인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승낙이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감으로써 피해자의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면 주거침입죄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 보면서도 공동주거권자의 명시적 혹은 추정적 의사에 반할 경우 주거침입죄 성립을 인정하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에 따른 판결이었다.


A씨는 항소했다. A씨는 항소를 하며 ▲B군의 승낙을 받고 C씨의 집에 들어갔고, 자신과 B군과의 행위(동성애)는 위법행위가 아니며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라는 불확정적인 요소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며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이기 때문에 1심 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벌금 100만원이라는 1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며 양형부당도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수원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2019년 9월 A씨의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배척,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먼저 미성년자인 B군과의 동성애를 위해 C씨의 주거에 들어간 행위는 A씨의 주장과 같이 동성애를 위한 성관계가 위법하지 않다고 전제하더라도 다른 주거권자인 C씨의 의사에 반해 C씨의 주거의 평온을 해쳤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C씨의 행위가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A씨의 사건을 2년 넘게 심리하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유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공동주거권자 중 일부의 승낙을 받고 집에 들어갔지만 다른 공동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할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 심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


전원합의체가 병합 심리한 사건 중 한 건은 내연녀의 승낙을 받고 집에 들어가 부정한 행위를 한 뒤 남편이 주거침입죄로 고소한 사건이었다. 또 다른 한 건은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갔던 남편이 한 달 만에 돌아와 자신의 부모와 함께 집에 들어가려 했지만 배우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지난 9월 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위 두 건의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심리에 참여한 11명의 대법관 중 9명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이 '사실상 주거의 평온'인 만큼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집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주거의 평온 상태가 실제 깨졌어야지 다른 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는 37년 만의 대법원 판례 변경이다.


이 같은 변경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B군의 동의를 받고 C씨의 집에 들어간 A씨에게도 주거침입죄의 죄책을 묻기는 어렵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 10일 9월에 나온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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