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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베이징 올림픽과 가치외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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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베이징 올림픽과 가치외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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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현실주의는 정치와 도덕의 영역은 명확하게 구분돼 있고 정치적 판단은 도덕적 잣대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관점이다. 정치적 현실주의를 이론적으로 체계화 인물은 16세기 이탈리아 외교관이자 정치철학자인 니콜로 마키아벨리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도덕적 행위와 성공적인 정치적 행위는 일치되기보다는 대립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시카고대 교수였던 한스 모겐소는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를 국제정치에 적용해 국제법과 외교사로부터 독립된 국제정치학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모겐소에 따르면 국제정치는 권력으로 정의된 이익을 추구하는 치열한 투쟁의 장이다. 여기서 도덕적 요구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협소하다.


이처럼 정치적 현실주의가 지배하는 권력투쟁의 장인 국제정치의 영역에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15일에 화상으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과 함께 계속해서 이익뿐만 아니라 ‘가치’를 추구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장, 티베트, 홍콩에서 발생한 중국정부의 인권탄압 관행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기조하에 미중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공식사절단 없이 선수단만 파격하는 ‘외교적 보이콧(diplomatic boycott)’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외교적 보이콧은 홍콩 및 신장 등지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되는 중국정부의 인권탄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이야기되고 있다.

정치적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및 민주주의에 기초한 가치외교는 가치 실현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권력투쟁의 장에서 ‘권력으로 정의되는 이익’ 증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치적 행위에 있어서 실리뿐만 아니라 명분도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권력으로 정의되는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얼마만큼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도 정치적 행위의 성패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외교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권력투쟁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현재 인권 및 민주주의가 일정 정도 보편적인 국제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외교는 중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안보동맹국인 미국과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권경쟁으로 인해 한국은 경제적 이익과 안보적 이익이 충돌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하는 큰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외교는 경제적 실익과 규범적 가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달성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즉 경제적 실익과 정치적 규범을 모두 성취한 국가다. 한국은 외교적으로도 경제적 실익과 규범적 가치를 조화롭게 실행할 수 있는 국가인가라는 시험대에 놓이게 될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만일 미국을 필두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인권탄압에 대한 대응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실행한다면 한국은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정재환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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