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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교회 존치냐 재개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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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 교회) 전경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 제공]

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 교회) 전경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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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인 동구 화평동 1-1번지 일대 (화수·화평)재개발사업이 논란이다. 대부분의 재개발사업들이 그렇지만 이곳도 10년 넘게 답보상태에 있다가 최근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사업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된 지역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했던 만큼 지역주민들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구역 안에 있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의 철거 여부를 둘러싸고 재개발조합측과 종교계·시민사회단체가 갈등을 빚으면서 다시 삐걱거리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산실이자 역사의 현장으로 알려져있는 교회를 보존하자는 쪽과 사업성을 확보해 낙후된 원도심을 재생하자는 주민들이 입장이 상충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61년 미국 선교사 조지 오글 목사가 동구 화수동의 초가집을 매입해 설립한 곳으로, 노동자 상담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공장 목회활동을 시작으로 이후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 쿠데타정권 시절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근거지가 됐다. 고(故) 김근태 전 의원 등 민주화를 이끈 수많은 노동운동가들이 이 곳을 거쳐 갔으며, 선교회 총무를 지낸 조화순 목사는 동일방직에 위장 취업해 여성 노동자들과 교류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노동조합 여성지부장을 탄생시키는 역할을 했다.


또한 교회는 1978년 '동일방직 분뇨 투척 사건' 당시 여성 근로자들이 몸을 피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노조 차기 집행부 를 선출하는 대의원대회 때 반대파 조합원들이 분뇨를 투척해 선거를 무산시킨 이 사건은 국가기관이 개입한 대표적 노조 탄압 사례로 꼽힌다.


8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이처럼 우리나라 민주화·산업화 과정에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인 장소가 원도심의 재생사업이라는 명분 하에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총무를 지낸 김정택 목사는 지난 달 22일부터 단식을 이어가고 있으며 대책위의 릴레이 동조 단식과 1인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역주민과 교회의 원만한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 중재하겠다던 인천시가 다음 날 재개발사업 변경안을 승인·고시하자 대책위는 "인천시한테 뒤통수를 맞았다"며 더욱 반발하고 있다. 시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개발 정비계획 등이 승인된 만큼 고시는 절차상 불가피하다면서도 조합과 교회측 중재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도시계획위는 지난 달 교회 부지가 포함된 화수·화평 재개발사업을 승인했다. '교회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나 시설 또는 기념 표지석을 세우는 방식을 교회측과 협의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교회측이 존치를 고수하며 강경한 입장이어서 인천시의회까지 나서 중재를 하느라 애쓰는 모양새다.


남궁형 의원은 "교회 '건물' 보다는 '터'가 갖고 있는 상징성에 의미를 두고 재개발조합과 교회 측이 상생할 수 있는 협치모델을 찾아보려고 한다"며 서울 영등포구가 영등포산업선교회관을 중심으로 노동 관련시설을 집약한 영등포구 노동복합시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좋은 예로 들었다.


대책위는 이번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 논란을 계기로 인천시가 산업유산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자각하고 보존대책을 마련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문화재나 건축자산으로 지정이 안된 건축물에 대해 시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2009년 재개발이 시작될 때부터 인천시와 동구에 교회 존치를 요구했지만 무허가 건물이라는 점 때문에 묵살됐다. 1976년 신축 당시 유신정권이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아 무허가로 남은 것인데, 인천시는 2018~2019년 대대적인 건축자산 기초조사를 통해 492개의 건축자산을 목록화했지만 무허가 건물에 대해서는 대안을 찾지 못했다.


지역사회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벽돌 한 장, 돌멩이 하나도 역사의 현장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지키려는 노력을 인천시가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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