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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영화관의 위험한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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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1300만명 넘어야 적자 면하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3사
정부 지원 전무한데 개봉소식 없어 두 작품에 제작비 50%까지 매출 몰아주기로
유례없는 유인책…현장은 "무리수" 6000원 할인권도 기대할 수 없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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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의 성수기는 7~8월이다. 지난해에도 관람객 1445만3442명이 찾았다. 코로나19 확산 이래 가장 많다.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한 달 관람객이 1300만명을 넘어야 적자를 면한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수월했다. 2018년과 2019년 7~8월 관람객 수는 각각 5003만4944명과 4670만2586명. 지난해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많다.


멀티플렉스 3사는 긴 운영난 속에 부채로 신음한다. 올여름 반등이 절실하다. 그래서 유례없는 유인책을 꺼냈다.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와 김지훈 감독의 ‘싱크홀’을 우대한다. 제작비(홍보 마케팅 비용 포함)의 50%가 발생할 때까지 매출 전액을 배급·제작사에 몰아준다. 그 뒤 부율(정산 비율)은 평소처럼 5대5가 된다. 손익분기점을 넘은 뒤에는 영화관이 조금 더 많이 가져간다.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매출 50%를 기록하려면 각각 약 200만명과 약 125만명을 모아야 한다. 멀티플렉스 3사는 발표 당시에는 자신 있었다. 지난 7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1212명)대에 진입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되자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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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매출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이번 주부터 영업시간은 오후 10시로 제한됐다. 관람객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 사실상 한 스크린에서 한 번만 상영할 수 있다. 오후 6시부터 사적 모임도 두 명까지만 가능하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들은 "전체 매출의 약 20%가 감소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좌석 한 칸 띄우기, 음식 섭취 금지 등도 더해진 형국에서 멀티플렉스 3사의 유인책은 통할 수 있을까. 지난 7일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의 ‘블랙 위도우’는 첫 주(닷새)에 136만6054명을 동원했다. 올해 개봉작 가운데 최고 성과다. 지난 12일부터 영업시간 제한으로 다소 주춤하나 이번 주말 200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모가디슈’가 비슷하게 흥행한다면 멀티플렉스 3사는 열흘 뒤부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싱크홀’의 경우는 닷새 뒤부터다.

현장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멀티플렉스 A사의 관장은 "도쿄올림픽까지 열리는 상황에서 둔 무리수"라며 "‘모가디슈’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한 푼도 벌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같은 영화관의 다른 관장은 "‘모가디슈’는 롯데컬처웍스 작품"이라며 "매출 50%를 달성할 때까지 경쟁사인 롯데시네마를 위해 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푸념했다.


멀티플렉스 B사에서도 "배급사와 엎치락뒤치락해온 영화관이 이 정도로 꼬리를 내린 적은 없었다"며 "특정 작품에 영화관의 생존이 걸렸을 정도로 생태계가 망가져 버렸다"고 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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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관계자들은 정부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한국영화 개봉 소식마저 없어 고안한 생존법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열악한 조건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징수하는 영화발전기금 예외 사유에 ‘감염병 발생으로 인한 매출액 감소’를 추가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적용 시점은 오는 9월이다. 앞서 멀티플렉스 3사는 올해 영화발전기금 전액 면제를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앞서 6000원 할인권 133만장을 배포했다. 그 덕에 영화관 관람객 수는 7월 561만8701명, 8월 883만4741명으로 반등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할인권은 준비돼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전제가 붙는다. 백신 접종률 50% 이상이다. 성수기에 사용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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