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성분 면역항암제, 사상 첫 임상2상 시험 승인

한국한의학연구원, 표준치료 실패 대장암 환자 대상 치료 효과 확인 계획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약 성분으로 만든 항암제가 사상 처음으로 임상2상시험에 들어가 주목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이달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한의기반 면역항암제(면역관문차단제) 후보물질인 ‘KIOM-ICI-1’의 임상2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고 23일 밝혔다. 면역항암제란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피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공격하도록 하는 치료제로 면역관문차단제, 암백신, 면역세포 치료제 등이 있다.

이번 임상2상시험 계획 승인은 한약을 기반으로 한 소재에서 항체치료가 아닌 면역관문을 차단하는 면역 항암 치료 효능을 발견해 임상시험이 승인된 첫 사례이다. 면역항암 치료제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면역기능을 개선시켜 암을 치료해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중 면역관문차단제는 면역항암제 중 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제로 현재 7품목이 승인돼 있지만, 아직 낮은 반응률(10명 중 2명)과 면역과민 반응 등의 부작용으로 이를 보완할 신소재 발굴이 필요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수술, 항암제·방사선 치료 등 표준 항암치료에 실패한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면역관문차단제 ‘KIOM-ICI-1’의 안전성 및 효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앞서 연구팀은 ‘KIOM-ICI-1’이 암세포의 면역체계 회피 기전인 면역관문을 차단하며 면역세포(T-세포) 활성을 향상시켜 종양(암)의 크기를 50% 이상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인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과 병용 투여 시 ‘KIOM-ICI-1’의 치료효과가 상승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향후 기존 항암제와의 병용치료에 대한 임상시험도 계획하고 있다.

정환석 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항암면역 후보물질은 안전성이 입증된 한약재를 기반으로 개발해 그 의미가 크다”며 “KIOM-ICI-1가 최초의 한의기반 면역항암제로 개발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