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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선물한 탁상시계, 알고보니 몰카였다" 불법촬영 범죄…막을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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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불법촬영 범죄 47420건
시계·액자·볼펜 등 위장형 카메라가 범죄에 악용되기도
불법촬영 근절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
전문가 "불법촬영 가해자 엄벌해야…유통시장을 막는 것이 근본적 대책"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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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직장 상사가 선물한 탁상시계가 알고 보니 불법 촬영 카메라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한국의 디지털성범죄' 보고서에서 고발한 피해자의 사연 중 일부 내용이다.

피해자가 탁상시계의 카메라 기능을 알아채기까지 걸린 기간은 한 달. 그동안 가해자인 상사는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피해자가 촬영된 영상을 봤다.


불법촬영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소형화 및 변형된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같은 위장형 카메라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불법촬영 범죄는 총 47420건 발생했다. ▲2011년 1523건 2012년 2400건이었던 불법촬영 범죄는 2013년 이후 매년 4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 2019년에는 5762건으로 2010년(1134건) 대비 약 5배 가량 늘었다.

늘어나는 범죄에 비해 처벌 수위는 낮다는 지적이 있다. HRW의 한국의 디지털성범죄 보고서는 불법촬영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낮다고 비판한다.


보고서는 지난 2019년 불법촬영 및 불법촬영물 제작·유포 사건에 대한 불기소 처분율은 43.5%인 반면 같은 기간 살인, 강도 사건의 불기소 처분율은 각각 27.7%, 19.0%로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는 사이 범행수법은 더 교묘해지고 있다. 16일 경기 용인시에서는 발가락 사이에 초소형 카메라를 끼워 여성의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엄지와 두 번째 발가락 사이에 2㎝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하고 치마를 입은 여성들의 다리 사이로 다리를 뻗어 불법 촬영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모텔에서 발견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야 하는 그림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은 유화의 울퉁불퉁한 질감을 활용해 카메라 렌즈를 교묘하게 숨긴 위장형 카메라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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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형 카메라는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는다. 대학원생 박모 씨(29)는 "밖에서 화장실 가기가 두렵다. 나사, 경첩 모양으로 변형된 카메라가 많아 어디선가 나도 모르게 찍히고 있을 것만 같다"며 "여성 화장실 칸 안에 들어가면 벽에 뚫린 구멍을 모두 휴지로 틀어 막아 놨다. 여성들이 불법촬영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직장인 구모 씨(25)도 "불법촬영 범죄 기사를 볼 때마다 늘 분노가 치솟는다"며 "그 피사체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카메라 탐지 앱도 찾아본 적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제 백화점에 갔다가 화장실 문에 달린 나사 모양이 의심스러워서 확인해보기도 했다"며 "왜 불법촬영 방지책이 빨리 마련되지 않느냐"고 분노했다.


그동안 불법촬영을 근절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변형 카메라 규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발표된 22개의 개선 과제 중에는 '변형카메라 수입·판매업 등록제 도입 및 이력정보시스템 구축 방안'이 포함됐다.


지난 2017년 9월28일 서울지방경찰청이 위장형 카메라를 불법 유통한 일당으로부터 압수된 물품들이 전시돼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2017년 9월28일 서울지방경찰청이 위장형 카메라를 불법 유통한 일당으로부터 압수된 물품들이 전시돼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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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에 악용되기 쉬운 변형 카메라의 수입, 판매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변형 카메라는 이미 의료용, 산업용, 방송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판매 금지를 시키기보단 구매실명제 혹은 판매등록제를 통해 이를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 두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를 입법해야 할 국회가 손을 놓으면서 변형 카메라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2015년 9월과 2017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국회에서는 변형 카메라법 발의됐다. 1년 후인 지난 2018년 8월에도 발의된 바 있으나 현재 이 법안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전문가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변형 카메라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변형 카메라의 사용 범위가 넓으므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형 카메라법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불법촬영물을 소비하는 시장이 대규모로 형성돼있다"며 "이 시장을 죽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몰카 범죄 증가 원인을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 교수는 "그동안 불법촬영에 대한 문제 인식이 부족해 이에 대한 처벌이 미약했다"며 "처벌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현주 인턴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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