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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방사능을 정수기로 걸러?"…日 ALPS 불신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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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이 확정되면서 도쿄 전력이 방사능핵종 제거를 위해 사용한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을 둘러 싸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원자력학계에 따르면, ALPS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로 냉각을 위해 투입된 오염수가 대량 발생하기 시작하자 일본 정부가 이를 처리하기 위해 프랑스로부터 도입해 사용 중이다. 도쿄 전력은 이 장비에 투입된 오염수가 ‘Kurion/SAARY’ 공정을 통해 고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고, Ro 공정을 통해 담수화된 후 최종 처리된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2종의 침전조와 7층의 흡착탑으로 구성돼 있으며, 오염수내 62종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게 도쿄 전력의 입장이다.

단순히 말해 정수기와 같은 원리다. ALPS 장비 자체가 거대한 정수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ALPS는 미쓰비스중공업 등에서 제작해 납품한 이온교환 수지(필터)가 장착돼 있으며, 오염수가 침전 및 여과 과정을 거치면서 섞여 있던 방사성 핵종이 걸러진다는 것이다. 다만 저준위 방사능을 배출하는 삼중수소ㆍ탄소-14 등 2가지 핵종은 걸러내지 못한다. 삼중수소의 경우 물속에 이온화돼 있지 않고 물과 합쳐져 삼중수소수 형태로 존재하며, 탄소-14도 이온 상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걸러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은 ALPS를 통해 걸러년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르며 신뢰성을 부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이 걸러졌고 걸러내지 못한 삼중수소와 탄소-14 정도만 남아 있어 일반적인 오염수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위험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해당 장치를 처음 고안해 사용한 프랑스의 경우 노르망디 르아그 핵재처리시설에서 사용하면서 99.9% 핵종을 제거한다고 소개했지만, 정작 해당 지역에서 소아백혈병 환자가 다수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1993년 르아그 핵재처리시설 반경 35km 내에 거주하는 청소년(25세 미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 23건의 백혈병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인구 10만명당 2.99건으로 타지역 평균(1.2건)보다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2017년 후쿠시마 지역 언론이 ALPS의 핵종 제거 통계가 심각한 오류가 있어 조작이 의심된다고 보도한 후 도쿄 전력이 조사에 나서 처리수의 70% 이상에서 주요 방사능 핵종들이 기준치보다 10~100배 이상 검출됐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는 등 신뢰에 금이 간 상태다. 도쿄 전력 측은 부랴 부랴 한 차례 더 ALPS 처리를 한 후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 중엔 ALPS 자체에 대해 불신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원전 기술 전문가 출신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한 번 더 처리한다고 핵종이 다 걸러진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오히려 설비의 성능 자체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 지금 원자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ALPS를 믿었다간 큰 일이 난다고 얘기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자력학계를 중심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이들도 상당수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도쿄전력의 성능 검증 보고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심사해 믿어도 된다고 판단을 내린 상태"라며 "이온 교환 수지를 제때 교체하는지 여부 등 처리 결과를 검증ㆍ감시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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