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시설물 곳곳에 '정치적 주장' 담긴 글 쓰여
'박근혜 탄핵 무효', '독재하자' '참여정부가 더 좋다' 등
시민들 "공공시설물 훼손, 정치 글 불만' 지적

4일 오후 서울 한 번화가 횡단보도에 설치된 시설물에 정치적 글이 쓰여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군사독재 하자!", "박근혜 탄핵 사기!","참여정부가 더 좋다."
최근 서울 도심 번화가에 있는 시설물에 정치적 내용이 담긴 글이 쓰여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시설물을 훼손한다는 지적과 일방적인 정치적 주장이 그대로 노출돼,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주장이 담긴 글은 대표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실이 무효라는 주장과, 군사 독재를 하자는 내용 등이다. 모두 사실이 아닐뿐더러 근거도 없다.
문제는 이런 글들이 도심 곳곳에 지속해서 나타난다는 데 있다.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고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인근에서 만난 4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우연히 (글을) 봤는데, 내용이 너무 황당했다"라면서 "누가 저런 글을 그대로 믿을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좀 나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황당한 내용이지만 저 글을 쓴 사람은 실제 그렇게 믿어서 쓴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시설물 훼손에 대해 지적했다. 이 씨는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써서 붙이는 것도 아니고, 횡단보도 신호 작동 시설물이나 변압기에 낙서하고 있는데 보기 참 안 좋다"면서 "(심지어)가게 셔터에다 크게 낙서를 한 경우도 봤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군가는 저런 낙서를 지우고 할 텐데 자기 생각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한 버스정류장 아래 '사기 탄핵 무효'라는 글이 쓰여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취업준비생 20대 박 모 씨는 "박근혜 탄핵 무효라는 주장은 너무 황당하다.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을 당했는데 아직도 대통령이라고 믿고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은 좋은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황당하다는 시민들의 지적처럼 박 전 대통령 파면은 2017년 3월10일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 헌법재판소(헌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확정했다.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2017년 3월1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탄핵심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0102414323362060_1603517553.png)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2017년 3월1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탄핵심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런 정치적 주장을 담은 글은 집회가 자주 열리는 곳인 서울 종각역 보신각 앞 지하철 환풍구 테두리 인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박근혜를 사면하라', '탄핵은 무효다','문재인 정부 물러가라' 등 근거 없고 일방적인 정치적 주장에 불과한 글들이다. 글이 쓰인 장소도 다양하다. 횡단보도 인근, 지상 변압기, 버스 정류장 일대,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횡단보도 옆 시설물에 이런 글이 자주 쓰인 것은 유동인구를 고려해 해당 글이 더욱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들의 지적대로 이렇게 공공시설물에 일종의 낙서를 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물 벽면과 공공시설물 등에 허가 없이 글을 적는 행위는 재물손괴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물손괴로 입건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한편 전문가는 해당 글을 적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은 진심이라면서 나름 최선의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런 글을 적는 그들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면서 '박근혜 탄핵 무효' 주장에 대해서는 "지지자들은 진심이다. 박근혜뿐만 아니라 박정희도 같은 수준으로 늘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들은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는 지지세력이다. 일종의 신앙심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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