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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퇴직금 때문에 버텨요" '존버'하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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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 중 7명 "직장에서 '존버'중"
직무 스트레스·상사 갈등…직장인들 "퇴사 고민하지만 쉽게 못해"
전문가 "원하는 직무, 적성에 대한 충분한 고민해야"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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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 계약직 사원인 직장인 A(24) 씨는 최근 퇴사 결심을 번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자진 퇴사의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A 씨는 "일은 괜찮은데 상사의 괴롭힘 때문에 퇴사를 고민했다"면서 "계약이 반년 정도 남은 상황이라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즘 상황이 '그냥 버틴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일단 보류했다"고 밝혔다. A 씨는 "1년을 채워야 퇴직금도 받을 수 있고, 계약 만료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서 "상사가 인신공격이나 욕설을 하면 견디기 힘들 때가 있지만 그래도 버텨야지 어떻게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고용난이 확산하면서 이직 또는 퇴사 결정을 미루고 직장에서 '존버'한다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존버는 '매우', '많이' 등의 뜻으로 사용되는 비속어와 '버티기'의 합성어로 게임, 비트코인, 주식시장 등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직무 부적합, 건강 악화, 스트레스, 직장 내 괴롭힘 등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직·퇴직하지 않고 현재 직장에서 최대한 버틴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생계유지 등 현실적인 이유로 스트레스를 억눌러가며 직장 생활을 버틴다는 뜻이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경제적 여건, 구직난 등을 존버를 결정하게 된 주된 이유로 꼽았다.


지난해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27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존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68.9%가 "직장에서 존버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그 이유로 '경제적인 이유'(59.7%), '더 좋은 조건의 기업으로 이직이 쉽지 않아서(45.7%)' '다른 회사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서'(25.6%), 미래에 대한 불안감'(21.1%) 등을 꼽았다.

또 직장인 84.3%는 "직장생활에서 버티기 힘들 때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답한 이유에 대해서는 '낮은 연봉'(29.5%), '워라밸 없는 삶'(16.8%), '상사의 괴롭힘 또는 차별'(13.5%),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9%), '체력적인 한계'(7.8%) 등이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78%는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출근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출근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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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종합하면 상당수의 직장인이 현재 직장에 근무하고 있으나, 좋은 이직 기회를 살피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다수 직장인들이 퇴사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직장인 66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89.5%가 "퇴사 고민을 해봤다"고 답했다. '상사 잔소리'(15.0%), '대인관계 스트레스'(14.3%), '연봉'(13.0%), '적성에 안 맞는 업무'(9.3%), '업무 강도'(9.1%), '사내정치'(7.8%) 등이 이유로 꼽혔다.


입사 2년 차 직장인 B(29) 씨는 "업무가 너무 안 맞고, 적당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없는 환경이라 매일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하는 자괴감이 든다"면서 "유관업계로 이직하기 위해서 일단 경력을 쌓으려 버티고는 있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힘겹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실은 조금 쉬면서 이직을 여유롭게 준비하고는 싶은데 아무래도 고정지출이 있다 보니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주변 지인들도 다들 이렇게 버티면서 사는 것을 보니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싶다가도 슬퍼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직장인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탐색하는데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과 일은 다른 개념인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차이 때문에 입사 직후 후회를 하고 이직 고민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행위로 그 안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찾지 않는 반면에 일은 자신이 좋아하는, 성취감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 사이에서 괴리가 발생하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기보다는 생계유지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 경우 직업만족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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