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이유 깨닫게 해 준 박지선 쌤 보고 싶어요" 故 박지선 미담 전해져

코미디언 박지선 씨가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영은 기자] 지난 2일 개그맨 故 박지선의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진 가운데, 생전 고인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는 미담이 전해지고 있다.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제 다시 못 보는 박지선 쌤(선생님)께 너무 보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재 대학교 3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 A 씨는 "8년 전 중학교 1학년 때 아빠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시고 엄마는 아빠를 간호하느라 매일 병원에 가셔서 제가 두 명의 초등학생 남동생을 챙겼다"며 "학교 다니랴 집안일 하랴 동생 챙기랴 공부는커녕 학교를 1, 2교시 놓쳐가며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당시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개인적인 연락이 왔는데 면담도 해주시고 급식비 지원도 해주셨던 국어 선생님은 제게 천사나 다름없었다"면서 "그때 국어 선생님과 박지선 님이 고려대 과 동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A 씨는 "하지만 국어 선생님은 결혼 준비 중이었고 선생님도 계속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이제 지원을 안 해주셔도 된다고 몇 번 말씀드렸다"며 "그러다가 제 얘기가 박지선 님 귀에 들어가게 됐는데 박지선 님은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는 저를 뒤에서 지원해주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박지선 쌤은 제게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는 게 본분이며 어느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 게 사람이다'라며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고 제가 사람으로서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주셨다"면서 "처음 뵀을 때 호칭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국어 선생님의 친구이시니까 똑같이 쌤이라고 불러도 되냐는 한마디에 밝게 웃으시며 그러라고 하시던 모습, 제가 쌤이라고 부르는 걸 엄청 좋아하시던 그 모습이 너무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A 씨가 대학을 입학한 이후 국어 선생님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꼭 좋은 대학교를 입학해 좋은 직장을 얻고 제게 꿈을 가져다주신 두 선생님께 보답하리라고 다짐했는데 제게 옳은 길을 알려주신 두 분이 하늘로 가셨다"며 "아직도 환하게 웃고 계시던 선생님의 얼굴이 너무 선한데 너무 보고 싶다. 지금도, 내일도, 항상 보고 싶을 거다.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하늘까지 닿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영은 인턴기자 youngeun92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