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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SK넥실리스, 배터리 주행거리·출력 상향의 숨은 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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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얇고(4.5㎛), 길고(56.5㎞), 넓은(1.33m) '동박' 생산
국내 5·6공장 증설…연내 해외 공장 착공지 확정
2025년까지 생산능력 현재의 3~4배 규모로 확대

[르포] SK넥실리스, 배터리 주행거리·출력 상향의 숨은 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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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22일 전라북도 정읍시 북면 3산단.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에서 차로 20분쯤 이동하자 정읍 산업단지 안에 SK그룹의 상징인 붉은 나비가 내려앉았다. 새로 단장한 건물에는 SKC 가 올해 초 인수를 완료한 'SK넥실리스(옛 KCFT)'가 사명이 선명하게 보였다.


SK넥실리스는 365일 24시간 내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한다. '동박'은 음극집전체 역할을 하는 두께 10㎛ 내외의 얇은 구리를 말한다. 동박은 얇을수록 전기차 배터리의 경량화, 고용량화에 유리하다. 얇아진 두께만큼 활물질을 더 많이 담아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SK넥실리스 정읍공장에 들어서자 무인 로봇 '똘똘이'가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공장을 증설하면서 분석실과 거리가 멀어지자, 동박 샘플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확인하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된 로봇이다. '똘똘이'는 공장에서 생산된 샘플 몇 가지를 챙겨 스스로 분석실로 배달한다. SK그룹에 편입된 후 달라진 정읍공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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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은 '도금' 방식으로 생산된다. 두들겨 얇게 만드는 알루미늄 필름과 달리 티타늄으로 만든 드럼과 양극 사이에 황산구리 용액을 공급하고, 직류 전기를 흘려 구리를 입히는 식이다. 드럼의 회전 속도와 전류의 세기에 따라 동박 두께가 달라진다.


동박 제조 능력은 얼마나 얇게 생산하느냐로 기술력을 평가한다. 배터리 기업들은 동박 위에 음극재 등 활물질을 입히는데,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거리와 출력을 높이기 위해 활물질을 최대한 많이 입히는 것이 달라진 트렌드다. 활물질이 두꺼우면 무게가 많이 나가므로, 동박을 얇게 생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동박을 얇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얇을수록 잘 찢어지고 주름이 생기기 때문이다.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길고 가장 넓은 동박을 제조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넥실리스 공장 한 켠에서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인증서'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얇은 4㎛(마이크로미터) 동박을 1.4m 광폭으로 세계 최장 길이인 30㎞로 양산했다. 이는 경쟁사보다 5~8년 정도 앞선 기술이다.


SK넥실리스는 동박의 연신율(늘어나는 정도)을 2배 이상으로 높이고 인장 강도도 1.7배 가량 높여 배터리 제작 공정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주름이나 접힘 문제를 개선했다. 이런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올해 7월 '2019 R52 장영실상' 가운데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 첫 글로벌 생산공장 연내 확정…2025년까지 연산 규모 3~4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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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존 1~4공장 외에 5공장과 6공장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SKC 가 올해 1월 SK넥실리스를 인수한 후 순식간에 증설 결정과 착공이 이뤄졌다. 5공장의 완공률은 67%에 달하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6공장도 착공에 들어가 10% 이상 건설이 진행 중이다. 이로써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규모는 연간 3만4000t(1~4공장)에서 5·6공장 각각 9000t이 늘어나 총 5만2000t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 증설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이 있는 지역을 투자 후보지로 선정하고 전력 공급 등 입지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 연내 해외 진출지를 확정하고 2025년까지 현재의 3~4배 수준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는 "증설되는 정읍공장은 해외 공장의 준비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며 "인공지능(AI) 등 최적의 생산 시스템을 국내에서 테스트 후 해외에서 최신식 시설을 구축한 뒤 국내 공장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증설을 기점으로 글로벌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SK넥실리스는 국내 배터리 3사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에 동박을 납품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 주행거리와 출력 상향을 요구하면서 배터리업계 간 기술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SK넥실리스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기술력에 선행하는 동박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글로벌 배터리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박은 길수록 배터리 제조 시 롤을 교체할 때 로스를 줄일 수 있고, 넓을수록 배터리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김 대표는 "동박 제조사가 얇은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춰야 배터리사가 이를 토대로 제품 개발에 들어간다"며 "세계 배터리 업계는 8~10㎛ 제품을 주로 사용하고, 기술력에서 앞선 국내 기업들이 6㎛ 제품을 요구하는데 우리는 4㎛ 제품을 개발하는 등 고객사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력을 인정받아 독점 공급하는 고객사들이 늘고 있다"며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과 협력해 글로벌 1위 동박 제조사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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