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규제에 갇힌 K보험-중]'수술 1위' 백내장…왜 보험사기 주범 됐나

최종수정 2020.09.28 11:15 기사입력 2020.09.28 11:15

댓글쓰기

비급여 항목 늘려 '꼼수' 청구
사기 적발해도 검거 10% 그쳐
단속강화 절실…공·사 정보교환도

[규제에 갇힌 K보험-중]'수술 1위' 백내장…왜 보험사기 주범 됐나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얼마전 부터 눈이 침침해진 박순옥(58ㆍ가명)씨는 백내장 수술로 유명한 서울 강남에 있는 A안과를 찾았다. 나이 탓에 노안이라고 가볍게 생각한 박 씨는 백내장 수술(렌즈삽입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 담당의는 최근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나와서 전문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박씨에게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는 지 물었다.


담당의는 한 번만 검사하면 입원 첫날과 이튿날을 기록하는 식으로 두 번 검사한 진료비에 해당하는 270만원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수술을 권유했다. 수술을 받은 박씨와 담당의는 2일 동안 한쪽씩 수술을 한 것처럼 허위진단서를 발급, 보험금을 타냈지만 결국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됐다.

정부와 업계가 매년 보험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지만 지능범죄인 보험사기는 갈수록 치밀하고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허위로 입원을 하거나 과다 진단ㆍ진료를 토대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빈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내장과 도수치료 과잉진료. 불법의료기관의 비리행태 및 실손비급여를 이용한 과잉ㆍ과다진료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강력하게 처벌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규제에 갇힌 K보험-중]'수술 1위' 백내장…왜 보험사기 주범 됐나


백내장 실손보험 청구 3년 동안 3배 늘어

◆백내장 급여화에 비급여 비용 올려 '꼼수'=백내장 수술 소비자 부담이 늘자 정부는 이달부터 백내장 수술과 관련한 일부 검사를 건강보험 급여항목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들이 비급여 비용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백내장은 사물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 보이는 안과 질환이다. 60세 이상이 되면 전체 인구의 70%가, 70대 이상이 되면 90%가 백내장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내장은 우리나라에서 환자수와 수술 건수 1위다. 2018년 33개 주요수술 환자 158만명 가운데 백내장 수술 환자는 40만여명으로 환자수 1위(25.4%), 수술 건수도 187만회 중 59만여회으로 1위(31.6%)다.


특히 백내장의 실손보험금 청구액은 2017년 180억원에서 지난해 523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최근 3년새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이는 유독 국내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인구 100만명 당 백내장 수술 건수 증가율은 2014~2017년 연평균 5.4%에 달한다. 독일(1.9%), 호주(2.2%), 프랑스(3.3%)에 비해 증가세가 뚜렷하다.


보험업계에서는 노안 시력개선수술을 시행하고 실손보험에서 보장되는 백내장 수술로 둔갑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6년 실손보험 약관 개정으로 다초점 인공수정체 비용이 실손보험 보상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일부 병원들은 다초점 인공수정체 비용을 대폭 삭감하고 비급여 검사비용을 늘려 청구하는 식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달부터 눈 초음파검사나 계측검사비가 비급여에서 급여화되자, 다시 치료재료대(비급여 렌즈비)를 올리는 병원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추세다.


B안과는 지난 6월 수술 당시 안구와 안와 초음파 검사 및 계측검사에 200만원, 다초점렌즈 비용으로 280만원을 청구했지만 정부의 검사비 급여화 발표 이후 검사비용을 50만원으로 내리는 대신 다초점렌즈는 430만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규제에 갇힌 K보험-중]'수술 1위' 백내장…왜 보험사기 주범 됐나


"보험·의료종사자 사기 연루 가중 처벌 법 개정해야"

◆보험 사기 적발해도 검거 10% 불과=의료계의 이같은 사기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 보험사기에 대한 조사와 예방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난해 8809억원에 달했다. 해마다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연간 상승추세를 감안하면 올해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유형 중 가장 많은 것은 '허위ㆍ과다 입원ㆍ진단ㆍ장애'로 1931억원을 기록했다. 사고 내용 조작(1855억원)이나 고의사고(1101억원)도 적발금액이 1000억원대가 넘어섰다.


보험사나 금융당국에서 보험사기를 적발해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당국이 적발한 보험사기사건 중 상당수는 형사입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감독원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9만2538명에 달하는 반면, 경찰청에서 보험사기로 검거된 인원은 9759명에 불과했다. 보험사기 적발에서부터 수사와 기소ㆍ재판 현황, 유죄확정 사건에 대한 보험금 환수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와 업계의 지적이다.


보험사기특별법 시행으로 사기 적발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보험이나 의료 관련 업계 종사자가 보험 사기에 연루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건강보험공단 등 유관기관과 정보교류를 통해 불법 사무장병원이나 과잉진료 유발 비급여 항목 등에 관한 정보교환을 허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건강보험공단의 정보에 대해서 자료제공요청권을 도입하거나 신용정보원에서 확보하고 있는 보험 관련 정보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