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킥오프 이후 후속 실무모임 없어
"가시적 내부 결과 있어야 공동 논의 가능"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의 추가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가 가동 이후 한 달여 동안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간 꾸준히 거론된 배임의 우려가 은행들 사이에서 여전히 높은 가운데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논의에 다소 진전이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11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신한ㆍ우리ㆍ하나ㆍKB국민ㆍNH농협ㆍ대구ㆍ씨티ㆍSC제일ㆍHSBCㆍIBK기업 등 10개 은행이 참여한 협의체는 지난 달 8일 금융감독원에 모여 킥오프(kick-off) 회의를 가진 뒤 한 달이 넘도록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협의체에 참여한 한 은행 관계자는 "향후 일정 등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어떤 방향으로든 가시적인 내부 결과물이 있어야 공동의 실무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신한ㆍ우리ㆍ하나ㆍ대구ㆍ씨티ㆍKDB산업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으나 우리은행을 뺀 나머지 은행은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금감원의 주도로 추가 구제대상 기업 145곳에 대한 배상 방안을 자율적으로 논의하는 목적의 협의체가 만들어졌다. 산업은행은 협의체에 불참했다.
권고안을 불수용한 은행들은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난 상태에서 배상하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금감원은 우리나라에 이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은행들의 배상에 민ㆍ형사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부정행위에 대해 모회사가 자회사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때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 주주가 직접 자회사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결정 당시 법무법인(로펌) 네 곳으로부터 이 같은 해석을 받아 은행들에 전달했고, 지난 달 협의체 회의 때도 이 내용을 거듭 설명했다.
'일부 은행 전향적 검토' 시각도
은행별 이해도 편차로 시간 걸릴 듯
이와 관련, 일부 은행은 최근 금감원이 자문한 로펌들에 추가 자문을 하거나 구체적인 법리분석 자료를 따로 요청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 사이에서도 어떻게든 매듭을 짓기 위해 대승적 방안을 찾아보자는 목소리는 있다"면서 "배상을 전제로 하고 '그러면 안되는 이유'를 따져보는 식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은행들의 입장이 이미 워낙 분명하게 정해졌던만큼 전향적인 논의가 일순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은행별로 제각각인 점 또한 협의체 차원의 논의가 당장 속도를 내기 어려운 요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서 분쟁조정안을 검토해보지 않았던 은행은 사실상 원점에서 사안을 연구해야 해 은행별로 논의 진행의 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4개 기업에 대한 분쟁조정안을 만드는 데만 1년 반이 걸렸던 걸 감안하면 가동 이후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협의체를 판단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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