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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정든 곳에서 함께 늙어갈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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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정든 곳에서 함께 늙어갈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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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 노인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많다. '노인'은 과연 문제인가. 모든 인간은 오래 살기를 원하면서도 그 성과인 '노인'을 경험하는 것은 다들 피하고 싶어 한다. 특히나 흔히 말하는 늙고 병든 노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스스로 생활하기 어렵고 가족에게도 부담이 되므로 가능한 한 시설로 입소하는 것이 모두에게 바람직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그렇게 '노인'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방법이 바람직한 것일까.


2008년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사회보험제도로 돌봄의 사회화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 전 국민은 노인성 질환 등으로 장기요양이 필요할 때 노인요양시설이나 주ㆍ야간보호, 방문요양 등의 서비스를 보험급여로 보장받게 됐다. 그동안 장기요양기관의 수나 인력 등 인프라가 빠르게 증가했으며, 접근성도 향상됐다. 아직 지역 간에 격차가 있기는 하나 누구나 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가 됐다.

언제든 필요할 때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 장기요양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는 노인과 가족 모두 안심이 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정작 시설로 들어가는 것을 결정해야 할 때 본인과 가족, 친인척 간에도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 상황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무엇보다 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안심되는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이 평생을 살아온 정든 마을과 집을 떠나게 되고 그 안팎에서 쌓인 삶의 기억, 이웃과의 교류가 단절되는 경험을 의미한다. 또한 노인 부부 세대는 한쪽이 시설로 떠나면 남은 노인은 흔히 말하는 독거 또는 홀몸노인이 된다.


모두가 안심하고 가능한 한 정든 곳에서 함께 늙어갈 수는 없는 것일까. 최근 정부는 주ㆍ야간보호기관에 단기보호 기능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주ㆍ야간보호는 노인이 자기 집에 거주하면서 통원해 오전 또는 오후 시간 동안 필요한 식사와 청결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고, 프로그램을 통해 심신 기능을 유지ㆍ향상하는 서비스다.


단기보호는 집을 떠나 단기간 입소하는 서비스로, 특히 가족의 부담을 경감해준다고 하여 레스파이트(respite), 즉 가족휴식으로서의 기능이 있다. 그동안 이들 서비스는 재가서비스에 속해 있으면서도 제공자에 따라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주ㆍ야간은 심야 시간 보호를 희망하는 가족의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단기보호는 본연의 기능보다 사실상 장기간 입소로 또 다른 시설이 돼간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주ㆍ야간보호기관 내 단기보호시범사업을 확대해 지난 5월부터 2차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평소에는 주ㆍ야간보호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일시적인 숙박이 필요할 때 그대로 머물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즉 주ㆍ야간보호기관에서 단기보호 시설과 같이 취침, 식사 제공 등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형태다. 노인 입장에서는 평소에 이용하는 익숙한 공간과 직원들로부터 일정 기간 단기보호를 제공받고 가족에게 복귀할 수 있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가족들도 그 기간 안심하고 미뤄온 일을 하거나 휴식할 수 있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이나 본사업을 통해 공식적인 급여로 보장되고 제공 기관이 확대된다면 전국 어디서나 이용이 가능한 보편적인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은 문제가 아니다. 노인을 문제라고 바라보고 대응하는 인식과 태도에 문제가 있다. 병이 들고 장기요양이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반드시 집을 떠나 시설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돌봄이 필요한 때라도, 인생을 마칠 때까지 익숙한 집과 가족을 떠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한 한 '본인이 정든 곳에서 함께 늙어갈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와 주ㆍ야간보호기관 내 단기보호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시도가 절실하다.


서동민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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