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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 무서워" vs "'꼰대 갑질' 사라져야"…'이순재 논란' 세대갈등으로

최종수정 2020.07.02 14:44 기사입력 2020.07.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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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전 매니저에 "분리수거, 생수통 운반 등 가족의 허드렛일" '갑질' 논란
"아들뻘인데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 vs "그동안 있던 잘못된 관행 바로잡아야"

원로배우 이순재(85)가 자신의 매니저에게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이순재의 아내를 병원에 내려달라는 부탁 등은 도의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일 아니냐는 의견과 이순재의 행동이 사회적인 지위나 나이 등과 같은 위계질서를 이용한 이른바 '꼰대 갑질'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어 자칫 세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로배우 이순재(85)가 자신의 매니저에게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이순재의 아내를 병원에 내려달라는 부탁 등은 도의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일 아니냐는 의견과 이순재의 행동이 사회적인 지위나 나이 등과 같은 위계질서를 이용한 이른바 '꼰대 갑질'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어 자칫 세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아들뻘 매니저한테 그럴 수도 있지","그게 바로 '꼰대 갑질'이다"


원로배우 이순재(85)가 자신의 매니저에게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의견이 나뉘고 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4대 보험 미가입은 잘못된 일이 맞지만, 이순재의 아내를 병원에 내려달라는 부탁 등은 도의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일 아니냐는 의견과 이순재의 행동이 사회적인 지위나 나이 등과 같은 위계질서를 이용한 이른바 '꼰대 갑질'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어 자칫 세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는 이순재 배우로 통칭하는 세대와 요즘 젊은 청년들간 소통의 부재에서 발생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업무와 사적 지시 사이를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30일 SBS '8시 뉴스'는 이순재의 전 매니저 김 모 씨가 이순재로부터 '머슴살이'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순재의 전 매니저 김 모 씨는 "이순재 아내가 쓰레기 분리수거는 기본이고 배달된 생수통 운반, 신발 수선 등 가족의 허드렛일을 시켰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부당해고를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같은 날 이순재는 "요즘 같은 세상에 내가 매니저를 머슴처럼 부렸다는 말인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사과할 수 있지만, '머슴살이' 등 부풀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7월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SBS '8시 뉴스'는 후속 보도를 통해 "증거를 더 갖고 있지만 보도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SBS '8시 뉴스'는 이날 보도에서 "이순재 전 매니저 김 모 씨의 사례에 비춰 연예계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되짚어보고, 이런 일이 반복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 보도한 이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보도 이후 1일 이순재의 소속사 에스지웨이엔터테인먼트는 "사적인 일을 부탁한 적은 있지만 '머슴살이'나 '갑질'이라는 표현은 실제에 비하여 많이 과장됐다"라면서도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4대 보험 미가입은 모두 소속사의 미숙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배우와는 무관하다"며 "노동청에서 조사하고 있으며, 모든 법률상 책임 내지 도의적 비난은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편 해당 논란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85세인 이순재의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아들뻘의 나이인 매니저가 그 정도 심부름 정도는 해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 반면, 나이·사회적 지위 등 위계질서를 이용한 이른바 '꼰대 갑질'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직장인 A(59) 씨는 "이순재의 나이가 85세다. 매니저라고 해봤자 20대거나 30대일 텐데 아버지뻘인 배우를 모시면서 그 정도 잔심부름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툭하면 '갑질'이다 뭐다 하면서 자신의 권리만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A 씨는 "물론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4대 보험 미가입 등은 문제가 있다. 본래 업무와 다른 일을 시킨 것은 잘못됐다"라면서도 "우리 나이대의 사람들은 요즘 젊은 친구들 무서워서 직장에서 제대로 일도 못 시킨다. 또 사회적으로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니까 더 눈치가 보인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부터 녹음을 하고 해고를 당하니 언론사에 제보하는 걸 보고 요즘 젊은 친구들 정말 '무섭다'라는 생각부터 든다"라고 말했다.


◆ "생수통 갈아달라…쓰레기 버려달라" 어떤 갑질 있었나


1일 이순재의 소속사 측은 "집에서 나가는 길에 분리수거 쓰레기를 내놓아 달라거나 수선을 맡겨달라고 부탁하거나, 집에 들어오는 길에 생수통을 들어달라거나, 배우를 촬영 장소에 데려다주는 길에 부인을 병원 등에 내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라며 전 매니저 김 모 씨의 주장을 일부 시인했다.


소속사 측은 "그간의 로드매니저들은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이순재의) 부인을 배려하여 오히려 먼저 이런 일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부인도 도움을 받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했다.


또 30일 이순재의 전 매니저로 일했던 백 모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순재 선생님의 매니저로 올해 4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일했다. 연로하신 두 분만 생활하시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백 모 씨는 "인터넷 주문은 전혀 못 하셔서 필요하신 물건을 주문해드리고 현금을 입금받았고 생수병이나 무거운 물건은 당연히 옮겨드렸다. 집을 오가면서 분리수거를 가끔 해드린 것도 사실이다"라고 전 매니저 김 모 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백 모 씨는 "이게 노동 착취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연로한 두 분만 사시는 곳에 젊은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들은 도와드리고 싶었다"라며 "지금 매니저에게 개인적인 일들을 부탁하셨다고 하는데 이건 내 잘못인 것도 같다. 내가 먼저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해달라고 도와드렸던 것들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 "본인 갑질 모르는 게 꼰대" 청년층, 매니저 '머슴살이' 강조


직장인 B(25) 씨는 "저런 게 바로 '꼰대 갑질'이라는 거다. 요즘 젊은 사람들 무섭다 할 게 아니라 그동안 사회적으로 잘못됐던 관행부터 고쳐야 하는 것이 맞다"라고 주장했다.


B 씨는 "매니저는 매니저일 뿐이지 연예인의 '머슴'이 아니다. 특히 이순재의 경우 명백히 본인이 연예계에서 자리 잡고 있는 '지위'와 '나이'라는 사회적 위계질서를 이용한 갑질이다. 매니저들이 저런 환경에서 이순재와 그의 가족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쉬웠겠나. 분명 하기 싫어도 '사회생활이겠거니' 하면서 타협한 부분이 있을 거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문가는 두 세대 소통 부재에서 일어난 일이며, 근로계약서가 없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논란이라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매니저로 대표 되는 '젊은 세대'와 이순재 씨로 대표 되는 '나이 든 세대'의 '세대 갈등'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서로 간의 합의와 정서적인 공감을 바탕으로 한 '근로 계약서' 등이 있었다면 사태가 이만큼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세대 간 가장 큰 문제는 의사소통의 부재이다.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가 충돌하는 부분을 정확히 명시하고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번 '이순재 논란'의 경우 '근로계약서' 같은 게 여기에 해당한다고 본다"라며 "소통 기술의 문제에서 비롯된 문제다. 나이 든 세대에게 젊은 세대의 특성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야 했을 필요가 있다. 나이 든 세대는 젊은 세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면 잘 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곽 교수는 이번 '이순재 논란'에 대해서 "소속사 측에서 중재를 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연예계에서 매니저가 어떤 역할이고 어떤 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 이번 기회에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계속해서 사회에 대두될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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