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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장은 모릅니다"…'할 말 하는' 펭수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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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는 어떻게 20·30 마음 훔쳤나
부당한 상황에 할 말 다 하는 펭수보며 유쾌·통쾌

펭수는 EBS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에 등장하는 펭귄 캐릭터다. 사진=EBS 캡처

펭수는 EBS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에 등장하는 펭귄 캐릭터다. 사진=E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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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우리 부장은 펭수가 왜 인기 있는지 모릅니다"


카카오톡 한 단톡방에서 쏟아진 푸념이다. 20대 중반 직장인 A 씨는 "펭수는 단순히 캐릭터, 인형,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가 잘 보존하고 또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극에서 온 10살 펭귄. 키 210cm 몸무게는 103㎏. 교육 방송 EBS 연습생 겸 크리에이터 신분. 존경하는 인물은 뽀로로. 좋아하는 과자는 '빠다코코낫'. 최근 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펭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나 '90년대생'(1990~1999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은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 평소 자신들이 억눌린 점을 펭수가 대변하고 있다면서 '90년대생들의 대변인'이라고 소개한다.


'90년대생'에 해당하는 20대 중반 직장인 B 씨는 최근 직장 상사와 소소한 논쟁이 있었다. B 씨 상사는 매주 한 번 1시간 정도 '독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B 씨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업무에 치이는데, 어떻게 책을 읽고 또 토론까지 할 수 있나요"라며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B 씨 상사는 자신의 제안에 '할 수 없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독서 토론'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일이 있고 난 뒤부터였다. B 씨 한 선배는 카톡으로 "직장생활 10년 만에 처음 보는 광경이다. 당신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분명 잘못된 부분도 있다. 잘 생각해봐라"라고 말했다.


이에 B 씨는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싫은 것을 싫다고 말했는데, 그게 왜 잘못인가요"라고 되받아쳤다. 그러나 이후 B 씨는 의기소침해 선배는 물론, 상사와의 관계에서 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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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펭수는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말을 한다. 펭수는 자신의 소속사 대표인 EBS 사장에게도 "참치는 비싸, 비싸면 못 먹어, 못 먹을 땐 김명중"이라고 조롱한다.


또 MBC를 방문해서는 "최승호 사장님. 밥 한 끼 합시다"라며 반말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가 하면 담당 PD를 향해서는 노동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질책을 한다.


특히 20대에게는 "눈치 보지 말고 살라"며 용기를 북돋는다. 자신감을 기르는 법을 묻는 라디오 청취자에게는 "자신감은 자신한테 있다. 그런데 아직 발견을 못 하신 것이다. 자신을 믿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따뜻한 조언을 남긴다.


취업난 등으로 마음고생 하는 20~30대 입장에서는 펭수가 단순한 캐릭터 인형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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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취업준비생 C 씨는 "취준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면접을 보는 게 거의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면서 "면접관들 앞에서 떨 수밖에 없어 굉장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한 기관의 대표에게 반말하는 펭수 모습을 보니 통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후반 직장인 D 씨는 "펭수에 대해 처음에는 재미로 접근했다, 나중에는 알 수 없는 감동을 한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20대들은 펭수에 대해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현재 90년대생들과 기성 세대간 펭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분석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성 세대들의 경우 캐릭터 인형에 익숙치 않았다"면서 "이들 세대는 계속 일만 했던 세대일 수 있다. 관련해 지금 20~30대들은 이런 캐릭터에 대해 상대적으로 일단 거부감이 없다 보니 더 빨리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기성세대는 이런 캐릭터에 열광하는 20대들의 모습이 익숙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펭수 인형을 사고 이모티콘을 구매하는 등 소비 행태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어 "이런 이유로 지금 젊은 세대들이 펭수에 대해 심리적 위안감을 얻는 모습을 다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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