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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오늘 우리의 식탁이 멈춘다면/주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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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미끄러질 때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지


한쪽 눈을 감고 타도 좋아

기울어진 세계를 살아가기 위한 규칙

그러나 오늘은 우리의 식탁을 멈추고서

부드러운 날씨로 상을 차리겠네


유치원의 문을 닫고서

푹신한 구름으로 운동장을 만들겠네


계산원이 없다면 마트는

항의와 전화로 창문에 조금씩 금이 가겠지

아무도 간호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보지 않는다면

공장으로 출근하지 않는다면


여성들이 일을 멈춘다면

세상의 절반으로만 눈이 내리겠지


세상에 의자가 없다면

모두가 엉거주춤 서 있는 우스꽝스러움


신발을 만드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맨발로 길을 걸어가는 슬픔


세상의 절반이 멈춘다면

신호등은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겠지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서

녹슨 철봉에 귀를 대고 있으면


구름과 함께 천둥이 몰려오는 소리

운동장을 가로질러 아이들이 뛰어오는 소리


뒤돌아보면

마트에서 유치원에서 병원에서

엉거주춤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눈을 감으면

운동장 위로 비스듬히 쌓아 올린 의자들


발로 차면 그 의자들 굴러떨어지는 소리


눈을 뜨면 기울어진 얼굴 위로

고독한 맨발 같은 눈이 내리지


[오후 한 詩]오늘 우리의 식탁이 멈춘다면/주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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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0월 24일, 우리는 출근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어떤 집안일도 하지 않았다. 요리도 안 했다. 아이도 돌보지 않았다. 그때 나는 스물한 살이었다. 나는 아이슬란드 역사상 가장 큰 시위에 모여든 수많은 여성들 속에 서 있었다. (중략) 모든 게 매우 정상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속으로 '와,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는 나 자신이 문젯거리라는 기분을 느끼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았다. 변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회였던 것이다."(구드런 욘스도티르의 인터뷰 중에서, <우먼카인드> 4호)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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