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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돼지띠, 입춘부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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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입춘이 되면 '입춘첩'을 대문에 붙입니다. 봄의 시작과 함께 농사도 시작되는 때입니다. [사진=아시아경제DB]

매년 입춘이 되면 '입춘첩'을 대문에 붙입니다. 봄의 시작과 함께 농사도 시작되는 때입니다.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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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올해는 기해년(己亥年)인데 황금 돼지해라고 합니다. 황금 돼지해가 왜 이렇게 자주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입춘이 지나야 돼지해가 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지난 2007년도 돼지해였습니다. 당시에는 600년 만에 찾아온 '황금 돼지해'라고 주장했었지요. 2007년은 정해년(丁亥年)이었는데 '정(丁)'자는 불(火)을 의미하므로 '붉은 돼지해'라고 합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600년 만에 돌아오는 '붉은 돼지해'는 '황금 돼지해'라는 것이 당시의 논리였습니다.


올해 기해년(己亥年)의 '기(己)'자는 오행에서 흙의 기운인데 색으로는 노란색이라고 해서 황금 돼지해라는 것입니다. '600년만에 돌아오는 붉은 돼지는 황금 돼지'라는 2007년 정해년 황금 돼지해보다는 '60년만에 돌아온 황금 돼지해'라는 올해의 마케팅 논리가 덜 쑥스럽기는 합니다.


민속학자들은 "청·적·황·백·흑색 등 오방색이 지지(地支) 앞에 붙어 청마, 황금돼지, 백마, 흑룡 등의 별칭으로 불리는 것은 오행론에서 나름 근거가 있다"면서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있지만 재미를 위한 차원이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합니다. 2007년이든, 2019년이든 황금 돼지해는 '다소 억지스러운 상술'에서 탄생한 마케팅 기술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연초부터 '띠' 논란이 있었지요. '띠가 음력 1월 1일부터 바뀌는 것으로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주장의 근거는 있겠지만 여러가지 설 중에 하나 일뿐 입니다.


돼지띠는 음력 1월 1일부터가 맞습니다. 띠를 나타내는 12지(支)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의 순서입니다. 12지의 시작은 고대 중국에서부터인데 12지를 달로 구분하면 시작하는 달인 자월(子月)은 11월이고, 자월에는 '동지'가 들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동지가 든 자월이 한해가 시작되는 달이라고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올해는 기해년.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돼지해'라고 합니다. 게다가 입춘이 지나야 돼지띠가 된다는 주장으로 연초부터 시끄럽지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올해는 기해년.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돼지해'라고 합니다. 게다가 입춘이 지나야 돼지띠가 된다는 주장으로 연초부터 시끄럽지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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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시작하는 달은 왕조에 따라 달랐습니다. 하나라 때는 입춘의 인시를 새해의 시작으로 정했고, 상나라는 소한의 축시가, 주나라 때는 동지의 자시가 새해의 시작이었습니다. 진시황제가 다스리던 진나라는 이보다 앞선 해월(亥月)인 음력 10월을 한해의 시작월로 삼기도 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음력에서 새해의 시작은 음력 1월입니다. 음력 1월은 '인월(寅月)'이지요. 한 고조 유방의 후손인 한의 7대왕이었던 무제가 인월을 한해를 시작하는 첫 달로 바꾼 이후 그대로 전승된 것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매년 1월 1일에 왕 재위 몇 년, 중국의 연호, 그 해의 갑자를 표시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오랜 옛날 중국에서부터 새해가 바뀌는 달을 음력 1월로 보느냐, 음력 11월로 보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이지요. 음력 1월 1일이 아닌 양력인 입춘을 기준으로 띠가 바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는 일부 역술인들입니다.


이들과 달리, 동지 새해를 주장하는 역술인도 적지 않습니다. 한 역술인은 "2019 기해년 돼지띠는 2018년 12월 22일 동지부터 시작됐다"면서 "따라서 2018년 양력 12월 22일 6시54분 동지부터 2019 기해년 황금 돼지띠로 연주(年柱), 즉 '사주팔자의 새해'를 정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2019년 양력 2월 4일 11시43분부터 기해년 돼지띠로 연주를 정해야 된다고 하는 것은 근거 없는 엉터리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매년의 띠를 정하는 24절기력이 동지를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로 정했으니 매년 동지가 연주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또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각각 360°인데 1년 24절기와 1일 24시간은 같은 각도에 위치합니다. 00시인 정자시(正子時)는 동지와 위치가 같지만 03시인 인시는 입춘과 위치가 같습니다. 따라서 입춘부터 띠가 시작되면 하루의 시작이 03시인 인시부터 시작된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지난 1일 충남 천안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초지에서 기해년(己亥年) '황금 돼지해'를 맞이하고 있는 돼지 가족. [사진=김현민 기자]

지난 1일 충남 천안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초지에서 기해년(己亥年) '황금 돼지해'를 맞이하고 있는 돼지 가족. [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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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00시와 같은 위치는 춘분입니다. 춘분 때 태양의 황경이 360°입니다. 일부 학자들이 우리나라는 24절기의 시작이 중국과 달리 입춘이 아닌 춘분과 더 맞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동지는 270°, 입춘은 315°입니다. 태양의 움직임에 맞춘 24절기대로 띠를 맞춘다면, 동지나 입춘보다 춘분부터 띠가 바뀐다고 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요?


그러나 지금은 21세기입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그레고리력을 도입해 양력 1월 1일을 새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가장 과학적인 달력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의 몇몇 국가들은 음력을 함께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양력이 효력을 갖습니다.


우리나라는 음력 1월 1일을 민족의 고유의 명절인 설날로 인정하는 등 음력으로 정한 몇몇 날을 공휴일로 정해 쉬기도 하지요. 기독교나 천주교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음력을 인정하지 않고, 띠마저 양력으로 계산합니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는 음력 1월 1일을 기점으로 한 살 더 먹었다고 받아들입니다. 띠도 그날부터 인정되는 것이지요.


국가가 제도로 정한 기준입니다. 우리나라에 입춘인 2월 4일부터 새해가 시작된다는 법·규칙은 없습니다. 일본의 몇몇 지방에서는 얼마 전까지 입춘이 지나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으로 계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관습마저 최근에는 아예 없어졌습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양력 1월1일이 설이고, 그날부터 한 살을 더 먹는 것으로 계산하며, 춘분은 공휴일로 지정돼 있습니다.


실제 회계연도는 양력으로 계산하고, 명절은 음력으로 쇠는 것만으로도 복잡하지 않으신가요? 기해년 돼지해의 시작은 음력 1월 1일부터 입니다. 그날부터 돼지띠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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