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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미리 알기 위한 노력, K-SuperCast로 이어졌다"

최종수정 2019.01.06 11:40 기사입력 2019.01.0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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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신 금감원 금융감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4개월에 걸쳐 개발
금감원, 개발 위해 소요된 예산은 따로 없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자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갖추고 있다고 발표했다. GDP 성장률은 한국은행에서 매번 발표하고 있는데 왜 금감원은 별도로 GDP 성장률 예측 모델을 만들었을까, GDP 성장률을 한은과 다른 방식으로 예측한다면 어느 쪽이 더 정확할까,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이 쓰였을까. 궁금증이 계속 이어졌다.
"'현재'를 미리 알기 위한  노력, K-SuperCast로 이어졌다"


4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SuperCast(빅데이터 기반의 GDP 예측모형)의 개발 비용은 0원이었다. 금감원은 "최광신 금융감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기존 연구 자료를 분석, 공개 통계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개발해, 추가로 소요된 예산은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K-SuperCast가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경제성장률을 공식 집계하는 기관은 한국은행인 점을 고려해 금감원 전망치는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영향과 오해할 수 있어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K-SuperCast의 개발 과정 전반을 대외적으로 소개한 워킹 페이퍼를 통해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GDP 예측과 한은의 GDP 잠정치가 모두 같았다는 점은 소개했다. 나름대로 정확도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K-SuperCast와 관련해 연이어 드는 의문을 풀기 위해 신원 금감원 금융감독연구센터 선임국장과 최 선임연구원을 만났다.

왜 이런 모형을 개발했을까? 신 국장은 "미래가 아닌 현재를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데이터 입수체계를 빨리만 해도 되는 일"이라면서 "3개월 만에 입수할 수 있는 자료를 발생 시점에 바로 입수할 수 있다면 현재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를 미리 알 수 있다'는 말이 낯설었다. 사실 우리가 아는 경제 통계들은 결국 집계, 분석 과정 등을 거쳐서 알게 된다. 현재라는 시간을 살고 있더라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의 격차는 특정한 순간에서는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통상적으로 금융위기 등은 매우 짧은 순간 급속도로 발생한다. 위기의 발생 징후에서부터 사태가 터져 그 파장이 온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는 무척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빠른 데이터의 확보는 조기에 위기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급선무다.

최 선임연구원은 "거시경제 모니터링을 할 때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한국은행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나름 한은과 비교할 자료를 만들 필요가 있어 모형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금감원은 조기경보모형이나 스트레스테스트 모델을 갖고 있는데, 한은에는 분기마다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짧은 호흡으로 최신 숫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한은에만 의존할 수 없어 내부에서 자체 모형을 갖고 숫자를 입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4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7월에 처음으로 GDP 성장률을 예측할 수 있었다. 개발에 4개월가량 걸렸다"면서 "이후 워킹페이퍼를 만드는 작업에 나서 지난해 11월에 발표했다"고 말했다. 워킹페이퍼는 K-SuperCast가 어떻게 GDP 성장률을 예측하는지 분석 방법을 대외적으로 소개하고 추가적 개선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발표됐다. 그는 "일본은행도 최근 비슷한 GDP 성장률 예측 모형을 발표했는데,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금감원은 현재 거시건전성 감독 3종 세트를 보유하고 있다. 최 선임연구원이 개발한 K-SuperCast 외에도 금융 생태계 내 위기 확산 과정과 이에 대한 금융산업의 영향을 모형화한 '2차 효과 거시건전성 감독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STARS-II)'과 '금융산업 조기경보 모형(K-SEEK)'이 그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K-SuperCast는 STARS-II와 K-SEEK에 연계해서 사용된다.

K-SuperCast는 기본적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예측모형이다. 일정 주기에 따라 발표되는 86개의 경제변수를 분석 주기를 통일시켜 GDP에 영향을 주는 가상의 값을 통해 추정한다. 새로운 지표를 입력할 때마다 GDP 성장률 전망치는 영향을 받는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실제 GDP 성장률에 다가가는 식이다.

신 선임국장은 "한은과 같은 통계기관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 외에도 K-SuperCast는 개별 기업의 심리지수나 기업 경기에 대한 실시 지수 등 소프트한 데이터 등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K-SuperCast는 경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러프하게 측정하려 했기 때문에 온갖 데이터가 담았다"면서 "STARS-II나 K-SEEK의 경우 위기가 올지를 보기 위해 노이즈가 적은 정제된 데이터를 쓰는 데 반해 검증된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신 선임국장은 "K-SuperCast 개발과 같은 작업은 외부에 맡길 수 있는 성격이 못 된다"고 설명했다. 반영해야 하는 변수 등이 내부에서 구해야 하는 자료에서부터 민감한 자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외부에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외부에 맡기려 해도 만들 수 있는 곳이 없으며, (설령 있더라도) 필요한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K-SuperCast와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최적화'로 설명했다. 그는 "금감원도 자체적으로 코딩 역량을 강화해서 최대한 빠르게 시스템화하는 것 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선임국장은 "금융감독을 행정행위로 보기도 하지만, 금융 안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론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금융감독 범위를 넘어서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금융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선임연구원은 "금감원이 보유한 기술 역량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가령 K-SEEK의 경우 머신러닝과 같은 최신 기법들이 사용됐는데, 이는 외부의 IT기술 업체들이 사용하는 기술 수준에 필적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두 명의 연구진이 금감원을 떠나 학교로 갔다. 역량은 탁월한 데 반해 전문직원은 정규직원이 될 수 없다는 고용 안정성 등의 제약으로 애써 초빙한 인력이 떠나는 상황이다. 신 선임국장은 "현재 금감원 내에 최 선임연구원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 "금감원 내부에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려 하지만 예산과 제도 등의 제약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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