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모발기부' 이웃사랑 해군 부사관…"도울 수 있어 감사"

지난 3일 헌혈과 모발기부로 이웃 사랑을 펼치고 있는 3명의 전기 부사관들이 세종대왕함 앞에서 헌혈유공장과 모발 기부증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여용기 상사, 정지향 중사, 곽길선 중사. (사진=해군)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DDG·7600t)에 헌혈과 모발 기증으로 이웃들과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부사관 3명이 있다. 여용기 상사(44)와 곽길선 중사(36), 정지향 중사(25)다.

이들 3명은 모두 세종대왕함 기관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군함의 전기 계통을 운용·관리하는 전기 직별 부사관이다.

여용기 상사와 곽길선 중사는 헌혈유공자다. 두 사람이 헌혈한 횟수를 합치면 346회에 달한다. 헌혈량으로는 13만8400cc인데, 이는 통상 한 사람의 몸속에 있는 혈액량의 약 30배에 달하는 수치다.

여용기 상사는 지난 1996년부터 헌혈을 시작했다. 전혈 34회, 혈장 170회, 혈소판 25회, 혈소판혈장 17회 등 총 246회의 헌혈을 했다. 그는 2016년 8월 헌혈 200회를 달성해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 '명예대장'을, 지난 6월14일 세계헌혈자의 날에는 경남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여용기 상사는 헌혈 외에도 사회복지시설 봉사활동을 500시간 이상 실천했으며, 매월 급여의 일정 금액을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에 기부하고 있다. 사후 장기와 각막 기증에도 서약했다.

그는 "헌혈은 건강한 사람의 특권이라는 말처럼 헌혈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매일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3명의 전기 부사관들이 세종대왕함 기관조종실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여용기 상사, 곽길선 중사, 정지향 중사 (사진=해군)

곽길선 중사는 고등학생이던 1999년 아버지를 따라 헌혈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전혈 6회, 혈장 58회, 혈소판 36회 등 총 100회의 헌혈을 했다.

그는 지난달 12일 100번째 헌혈로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 '명예장'을 받았다. 곽길선 중사는 "앞으로도 군 생활에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과 봉사활동을 지속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향 중사는 자신의 모발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정지향 중사는 입대 전인 2014년에 1번, 해군 생활 중 지난해와 올해 2번 모발을 기부했다.

해군 함정에서 근무해 쉽지 않았지만, 기부 조건인 염색·파마를 하지 않은 25cm 이상 머리카락을 맞추기 위해 소중히 머리를 길렀다.

정지향 중사는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일을 실천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어린 환우들의 쾌유를 기원하며 모발기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