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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할머니의 무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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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생각나는

[요리수다] 할머니의 무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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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서 텃밭에 심어 놓은 무를 뽑았다. 무청은 말려 시래기를 만들어 겨울내내 맛있는 시래기 요리를 만든다. 무는 봄까지 맛있게 먹겠다는 의지로 땅을 파고 항아리를 묻고 그 항아리 속에 무를 넣어 두었다. 마트에 나가면 흔한 것이 무인데 뭘 그렇게까지 애를 쓰나 하겠지만 가을철 무는 봄, 여름에 맛보았던 무와는 클라스~가 다르다.

땅속에 묻은 무는 겨울을 지내고 땅이 녹는 봄에 개봉예정이고 남은 무는 싹이 나지 않도록 서늘한 곳에 항아리를 두고 무를 넣어 두었다. 동치미를 시작으로 곧 김장도 하고 장아찌도 담고 남은 무는 무말랭이를 만든다.
‘오늘은 뭘 먹지?’ 고민없이 매일 매일 밥상에 무로 만든 요리를 올린다. 쇠고기, 굴, 북어, 어묵의 도움을 받아서 국을 끓이고 파래, 톳, 꼬시래기와 섞어서 새콤 달콤 생채도 만들고 각종 생선과 무의 콜라보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맛있는 조림을 만들어 낸다. 김치 담기에 자신이 없어도 가을 무로 만든 깍두기나 석박지는 맛을 내는데 어렵지 않다. 한식요리 외에도 파스타나 피자에 곁들일 피클에도 가을에는 역시 무가 주인공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무요리가 있지만 가을이면 꼭 생각나는 무요리는 따로 있다. 이미 오래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무나물이다. 할머니는 손자손녀 부자로 올망졸망한 2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늘상 할머니집에 모였다. 가스렌지도 없던 시절, 가마솥에는 밥이 끓고 작은 곤로에는 무나물이 국물에 자박자박하게 볶아졌다. 밥상위에 오른 것은 밥에 김치, 무나물이 전부였다. 서두르지 않으면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내 차례까지 돌아 오지 않으니 무나물을 먹기 위해 밥상에서는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다.

할머니의 무나물은 들기름에 부드럽게 볶아져 국물이 자박자박할 때 집간장으로 간을 하고 깨소금을 솔솔 뿌린 것이 전부였지만 그 부드러운 맛과 무의 달큰한 맛은 지금도 생각이 난다.
무의 맛이 이렇다!를 알려주는 가을 무나물, 오늘 밥상에는 양념의 도움을 많이 받지 않아도 맛있는 할머니의 무나물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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