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CNN, BBC 등 서방언론들은 애플워치가 카슈끄지 살해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제공했는지를 두고서, 분석기사를 보도했다. 앞서 터키 언론 사바흐는 전날 보도를 통해 터키 정부가 카슈끄지 애플워치에 녹음된 기록을 통해, 카슈끄지의 죽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바흐에 따르면 지난 2일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가기 전에 애플워치의 녹음 기능을 껴놨고, 이후 그가 당한 심문과 고문, 살해 관련 기록이 모두 녹음되어 아이폰과 아이클라우드(애플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저장공간)에 저장됐다는 것이다.
터키 현지 언론 보도 내용과 관련해 CNN, BBC 등은 애플워치가 카슈끄지의 살해 증거를 전송하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카슈끄지가 휴대폰이 없는 상태로 애플워치만 착용한 채 영사관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결혼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영사관에 들어갔던 카슈끄지는 약혼녀에게 휴대폰을 맡겨놨었다.
터키 언론 보도대로라면 카슈끄지의 애플워치가 피살 당시 음성을 외부로 송출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는 충족되어야 한다. 카슈끄지의 애플워치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기이거나, 블루투스를 통해 외부에 있는 아이폰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영사관 내부에서 애플워치가 녹음 내용 등을 전송하려면 결국 블루투스를 이용해 아이폰과 연결되는 것과 같이 다른 기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블루투스를 통한 데이터 전송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카슈끄지가 들어간 영사관 안과 약혼녀가 기다리던 바깥과의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블루투스가 작동되는 유효거리가 짧다는 점을 고려할 때, 블루투스를 통한 접속 가능성도 작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는 터키 정보기관이 사우디 내부에 도청 장비 등을 설치했다고 봤다. 보안전문가 로버트 베어는 CNN에 출연해 "터키 정부가 사우디 영사관 어딘가에 감청장비를 설치했을 것"이라고 봤다. 전직 터키 정부 관계자 역시 "터키가 외국 공관에 감청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며 "애플워치는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미끼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슈끄지가 사우디 영사관 와이파이에 자신의 애플워치를 로그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CNN은 사실상 사우디로부터 자진 망명한 상태인 카슈끄지가 사우디 영사관 와이파이에 로그인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리석은 일로 여겨 선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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