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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BMW 화재사고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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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올해 여름 화염에 휩싸인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의 화재영상이 우리나라 거리와 도로를 배경으로 뉴스를 도배하면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분노는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왜 이런 사고가 난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민관합동조사단이 면밀한 분석과 검증을 거쳐 진실을 밝히게 될 날을 차분히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둘러싼 논란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사고를 대처하고 화재 원인 규명 등 진실에 접근하는 자세에 관해 배우게 됐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각종 자동차 화재는 29만7000건을 넘는다. 총 자동차 12억대 중 0.025%로 4000대 중 한 대꼴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연간 5000건 정도로 전체 차량의 0.02%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BMW 차량의 화재발생이 총 16건이었으나, 지난 7월과 8월에 매달 10건 이상씩 화재가 연일 보도되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BMW는 여론의 질타에 밀린 듯 자체 사고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이는 더욱 많은 의혹을 만들어 내는 듯 보였다. 배기가스재순환(EGR) 냉각기의 균열로 새어나온 냉각수 성분이 흡기관에 눌어붙어 있다가 뜨거운 배출가스의 점화원이 돼 플라스틱재료의 흡기관의 화재로 이어져 결국 엔진과 차량 전체로 확대된다는 분석 결과는 일파만파의 의혹을 낳았다.

BMW 차량 화재가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면서 자동차 엔진이 전공인 내게 언론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BMW의 결과가 진실이냐, 뜨거운 날씨와 화재사고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섣불리 결함원인에 대해 대답할 수는 없었다.

EGR 냉각수 중 에틸렌글리콜이 화재원인이라는 발표를 듣고 바로 인화온도가 111도 정도라는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흡기관에서 매연과 오일의 퇴적물에 에틸렌글리콜 성분이 엉켜져 있다면 이는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복잡성을 느낄 수 있었다. BMW사에서 주범으로 낙인 찍은 EGR 냉각기를 긴급안전진단하고 나서도 화재가 발생하자 BMW 발표를 기만으로 여긴 여론은 사실을 밝히고 진실을 찾기보다는 감정적인 비난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변모했다.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디젤게이트가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던 3년 전 BMW는 EGR를 공격적으로 사용한 BMW의 공해물 저감 성능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에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EGR를 지나치게 사용한 것이 화근이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추론이 다수의 전문가들을 통해서 제시되고 있다.

이렇듯 기술의 흐름은 복잡 다양한 인자와 현상을 맞물고 상호 작용한다. 사고를 접하면 이를 둘러싼 통계적 사실로부터 사고의 중요성과 위험성, 해결책의 실마리를 구할 수 있다. 이럴 때 감성적 접근은 사실을 보는 눈을 가리고 해결책을 찾을 지혜를 틀어막는다.

냉정한 분석과 비교로 여론을 안내하는 것은 언론의 몫이고, 복잡한 현상을 겸허하게 분석하는 것은 양심있는 학자의 몫이다. 사고 분석을 위해 통계자료를 투명하게 축적하고 전문가들의 역량을 모아서 자료와 원리에 충실한 체계를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소방청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숙제인 정부가 선제적 결함조사 체계를 위한 '자동차리콜 대응체계 혁신방안'을 발빠르게 발표했고, 정부가 운영 중인 민관합동조사단은 올해 내로 BMW 화재원인에 대해 밝힌다고 한다.

서늘한 날씨에 무더웠던 여름을 잊어간다. 계절이 바뀌어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사회적 합의와 결연한 의지가 제도로서 자리 잡고, 일상생활이 안전한 날을 위해 모두가 냉정하고 과학적인 눈을 갖추도록 자세를 가다듬을 계기가 돼 시끄러웠던 BMW 화재 사고가 전화위복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

배충식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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