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 목록을 요구하는 것을 미루고 북한이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 협상 카드를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북한의 핵 신고 이전 미국의 상응조치가 필요하다던 강 장관의 발언이 한발 더 나아가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강 장관은 유엔 한국대표부와의 논의에서 "북한이 암시한 부분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영변 핵 시설을 영구적으로 파괴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만약 종전선언과 같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북한이 이처럼 대응한다면 비핵화를 향한 거대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강 장관이 말한 이 계획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대화의 진전에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북미의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오는 7일 4차 방북에서 교착된 북미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 장관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목록과 그에 대한 검증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지난번에는 목록을 받은 뒤 입증을 위한 상세한 프로토콜에 대한 작업을 하면서 바로 상황이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다른 접근 방식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영변 핵시설 폐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강 장관은 "언젠가는 목록을 봐야 하겠지만 (북미) 양측이 충분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행동과 상응 조치를 주고받았을 때 (목록에) 더 신속하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할 일이라면서 미 국무부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전했다. 또 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내 매파 인사들은 종전선언이 북한·중국이 요구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종전 선언과 관련해 "순수하게 정치적 문서"라며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너무 순수하게 믿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는 그 어떤 이해 당사자들보다 북한을 더 잘 안다"면서 "우리는 비핵화를 누구보다 열망하고 있으며, 순진함은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 전략을 특징짓는 표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인권 상황은 세계적인 문제이며, 우리는 그 논의의 일부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것에 대해 언급할 시간은 있겠지만 확실히 지금은 아니며 우리는 비핵화 이슈에서 진전을 이뤄야 할 때다"라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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