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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통영 폐조선소, 해양 관광 허브로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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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sb조선소 부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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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도시재생 '통영 캠프마레'
사업비 1조규모 프로젝트
신아sb조선소 관광명소화
독은 '움직이는 광장'으로
크레인은 대형스크린 변신
예술·문화 콘텐츠도 기획
[통영=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닷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현해탄의 거센 파도가 우회하므로 항만은 잔잔하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지금은 작고한 소설가 박경리는 대표작 '김약국의 딸들' 첫 장을 빌어 본인이 나고 묻힌 통영을 이렇게 설명한다. 맑고 푸른 바다, 잔잔한 항만과 따뜻한 날씨, 그러면서도 조촐한 조선의 나폴리. 경상남도 통영은 여전히 아름답다. 사계 중 어느 때에 가도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좋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통영은 자꾸만 '눈물'과 짝을 이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저가수주로 지역경제를 지탱해 온 조선소들의 일감이 끊기며 휘청이기 시작한 것. 21세기조선, 삼호조선, SPP조선, 그리고 신아sb조선까지 잇달아 문을 닫는다. 한 때 선박 수주량 세계 16위에 꼽히고, 정직원과 협력업체 직원까지 40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던 향토기업 신아sb조선의 파산(2015년)은 타격이 컸다. 관광문화 유산을 품고, 조선업을 업었던 통영은 그렇게 쇠퇴기에 접어든 '늙은 도시'가 돼 버렸다.
여기에 '재생'의 개념을 끌고 들어와 녹 슨 조선소 자리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주로 신규택지를 개발하고 부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짓던 공사가 이제는 늙어가는 도시를 되살리는 일에 뛰어든 것이다. '통영 폐조선소 재생사업'으로 이름붙은 LH의 계획은 2017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가운데 유일한 경제기반형 사업으로 선정됐다. 사업비 1조1000억원 규모다.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당선작에는 포스코에이앤씨, 독일 헨 게엠베하 등 8개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통영 캠프마레(CAMP MARE)'가 선정됐다. 컨소시엄은 이 곳을 ▲상업 및 리조트 공간 ▲복합문화예술공간 ▲해양공원 및 창업지원 공간 ▲창의혁신공간 ▲수변 주거공간으로 구분해 각 도입시설을 적용한다.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은 지자체와의 협의가 모두 끝나고 플랫폼 사업자가 선정되는 내년 하반기 확정될 예정이다.

토지이용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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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간 방치돼 '흉물'로 전락했던 이 곳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문화시설을 제공하는 글로벌 관광ㆍ문화 허브로의 재탄생을 목표로 한다. '12학교'로 표현되는 콘텐츠 중심의 체험ㆍ교육 프로그램과 슬라이딩 도크ㆍ골리앗 크레인이 만들어내는 랜드마크 기능이 핵심이다. 현재 그 자리를 예측해 손으로 짚어낼 수 있는 곳은 도크와 골리앗 정도다. 이 또한 그 외형만 그대로 두고 기능과 활용을 모두 바꿔낸다.

12학교는 통영에서 유명한 공예와 예술 등 전통적인 12 공방을 모티브로 한다. 배 제작, 통영음악, 통영장인공방, 관광창업, 바다요리 등 지역주민과 관광객대상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다. 구체적인 콘텐츠는 주민이나 방문객의 선호 조사를 거쳐 확정된다. 현재까지는 통영음악학교(통영국제음악재단), 섬식물식생학교(환경부의 국립생태원ㆍ통영 유엔지속가능발전교육통영센터), 통영장인공방학교(통영무형문화재보존협회ㆍ통영전통공예관ㆍ이랑협동조합) 등 현재 통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참여가 논의되고 있다.

조선소의 상징인 기존 도크와 골리앗 크레인을 보전해 본래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도록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크레인은 현재의 페인트칠이 된 민트색의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두고, '견인'이라는 원래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대형 스크린을 걸어 영화 등을 상영하는 문화ㆍ예술 공간으로 구상하고 있다. 도크는 '움직이는 광장'으로 계획중이다. 이밖에 호텔이나 리조트 형식의 숙박 시설을 마련하고, 컨테이너 모듈 건축 방식으로 주택을 일부 선보인다. 다만 이들 시설의 규모와 분양 방식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박상우 LH사장은 '쇠퇴기'에 놓인 도시의 재생에 LH가 함께한다는 데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찾는다. 박 사장은 "도시는 생명체처럼 만들어지고, 성장하고, 쇠퇴하는 유기체"라면서 "그간 LH는 도시의 탄생과 관련된 일들을 주로 해 왔지만 이제는 늙고 병들어 힘들어 하는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캠프마레 조감도

캠프마레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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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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