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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조치 미흡한 상태에서 강제진압…예고됐던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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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 발표

안전조치 미흡한 상태에서 강제진압…예고됐던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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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2009년 철거민과 경찰특공대원 등 6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 당시 경찰이 안전조치가 미비함에도 진압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사건 이후 경찰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여론 대응에 나선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용산참사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순직한 경찰특공대원 및 사망한 철거민들에 대한 사과와 경찰의 조직적 여론 조성 활동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서울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당시 상가 세입자들이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을 벌이자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에 돌입, 이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안전대비책 없이 진압작전 강행…예고된 참사= 경찰은 농성 시작부터 협상 없이 강제진압만을 염두에 뒀다. 1월19일 철거민들이 망루 농성을 시작하자 작전계획을 마련하고 25시간 만인 다음날 오전 6시30분부터 진압작전을 개시했다.
그러나 급박한 작전 계획에 망루 진입방법, 구조 분석, 화재발생 등에 대한 구체적 대비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조사위의 판단이다. 2005년 경기도 오산 세교지구 망루농성 진압 당시와 비슷하게 기중기와 컨테이너를 통해 특공대를 옥상으로 진입하기로 했으나, 작전계획과 실제 현장은 달랐다.

조사 결과 당시 현장에는 100톤 크레인 1대만 투입됐고, 에어매트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소방차는 단 2대만 배치됐고, 고가사다리차 및 화학소방차는 현장에 오지도 않았다. 안전 대비책이 형편없었다는 방증이다. 경찰이 참고한 세교 농성 당시만 해도 소방차가 23대 배치됐다. 이에 현장에서는 장비가 준비되지 않아 작전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경찰특공대장·서울지방경찰청 경비계장 등 지휘부에서 거절당했고, 결국 진압은 강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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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상황도 모른 채 투입…불타오른 망루= 1월20일 오전 6시28분. 서울청 차장은 작전개시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투입된 특공대원들은 망루에 있는 신나 등 위험물의 양과 위치, 망루 내부구조 및 현장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였다.

특공대가 옥상에 1차 진입을 시도하자 농성자들은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 거세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1차 화재가 발생했고, 컨테이너가 망루를 충돌해 망루 내부가 무너졌다. 안에 있던 신나 등 유류물이 흘러나와 망루와 건물 옥상에 휘발성 물질이 가득 찼다.

일시적으로 철수한 특공대원들은 작전의 변경 없이 2차 진입을 강행했다. 이미 소화기도 상당 부분 소진됐으나, 이를 보충·교체하지 않았다. 결국 2차 화재가 발생했고, 이는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투입된 특공대원들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독한 냄새가 났다고 진술하는 등 내부가 유증기로 가득 찬 상태였음이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도 2차 진입을 강행한 것은 대원들과 농성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무리한 작전이었다는 게 조사위의 판단이다. 경찰 지휘부가 적절한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비극…여론조작·유가족 사찰까지= 참사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지만 비극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사건 직후부터 경찰은 유가족 및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동향을 수집하고 정보경찰을 동원해 미행하는 등 사찰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을 동원해 용산참사와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사이버홍보 현황을 작성·관리하는 등 조직적 차원에서 경찰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위는 사건 발생 이후 나흘간 댓글 등 740건, 여론조사·투표 참여 590건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여론을 돌리기 위해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청와대 행정관은 같은 해 2월11일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참사 파장을 막기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기남부 일대에서 7명을 살해한 강호순은 1월24일 경찰에 검거됐다. 다만 조사위는 실제 경찰이 후속 조치를 이행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조사위는 경찰의 사과 및 조직적 여론조성 행위 금지와 함께 ▲본 사건 진상규명 심사결과에 대한 의견발표 ▲철거용역 현장에서 경찰력의 행사 ▲이동상황조의 편성·운용 금지 ▲변사사건 처리 규칙과 경찰특공대 운영규칙 개정 등을 함께 권고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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