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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똑단발의 욕망 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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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류사회'서 미래미술관 부관장 오수연役

영화 '상류사회' 스틸 컷

영화 '상류사회'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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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 감독도 말린 머리 스타일 변신, 여성적 면만 부각될까 단발머리 싹둑
재벌가 돈세탁하며 승진 꿈꾸는 역할...폭발적 에너지 축적하는 배역에 매료
영화처럼 욕심 많아 결혼 미룬 건 아냐 "짝 못 만났을 뿐…예능 출연은 글쎄"

"재벌들만 겁 없이 사는 줄 알았어?" 영화 '상류사회'에서 오수연(수애)은 미래미술관의 부관장이다. 제법 옹골차고 담대하다. 재벌가의 돈세탁을 하며 승진을 꿈꾼다. 만족을 모르는 성격이 상류사회를 향한 열정으로 이어졌다.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야망은 옛사랑 신지호(이진욱)와 재회하면서 뿌리째 흔들린다. 날카로운 감각마저 무뎌져 추잡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될 위기에 처한다. 그녀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애써 숨긴다. 나락으로 빠져들수록 화장은 진해지고 옷차림은 화려해진다.
낯익은 얼굴이다. 배우 수애(39)는 고독하게 운명에 저항하는 모습을 자주 그렸다. 영화 '님은 먼 곳에(2008년)'에서 남편을 찾으러 홀로 베트남으로 떠나는 순이와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년)'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걸 알면서도 궁궐로 들어가는 민자영. 드라마 '야왕(2013년)'과 '가면(2015년)'에서는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위험한 도박을 강행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 앞에서 그녀는 늘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청초하고 애잔해 보이는 얼굴 뒤에 숨은 욕망이다. "진취적인 배역에 자주 매료되는 듯해요. 겉보긴 부드러우나 마음가짐은 매우 엄격한 여성이요. 누가 봐도 멋지잖아요. 그런데 영화에서 표현하기는 쉽지 않아요."

영화 '상류사회'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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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은 비상한 스태미나와 정치적 재간이 돋보이는 배역이에요.
"그 점을 부각하고 싶어서 단발머리로 바꿨어요. 변혁(52) 감독은 긴 머리를 원했어요. 목덜미 언저리에서 머리털을 가지런히 자르겠다는 저를 몇 번이나 만류했죠. 저도 계속 설득했어요. 머리카락이 길면 여성적인 면만 부각될 수 있다고요. 촬영 직전에 겨우 허락을 받았어요. 그런데 바뀐 얼굴이 어울리지 않으면 머리카락을 붙일 생각까지 하셨더라고요(웃음)."
-미술관 큐레이터 연기는 처음이에요. 평소 미술관을 즐겨 찾나요.
"그림 보는 걸 좋아해요. 조예는 깊지 않지만 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요. 이번에는 그림보다 큐레이터들의 복장이나 행동을 유심히 살펴봤어요. 전문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 몇몇 분들에게 자문도 구했죠."

-지난해 강영길(47) 사진작가의 프로젝트 작품에 모델로 참여했어요. 수영장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로 무의식 속에 표류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표현했다던데요.
"이전부터 강영길 작가의 작품들을 좋아했어요. 제안에 흔쾌히 승낙했죠. 저의 어떤 모습을 유도하실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작업을 마치고 뜻밖의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죽음에 다다르면서 무의식에 빠지는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그 순간 제게서 어떤 느낌이 나올지 보고 싶었다고요. 그 말처럼 아주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강영길 작가가 수애를 모델로 작업한 '림보 시리즈' 일부

강영길 작가가 수애를 모델로 작업한 '림보 시리즈'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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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은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이지만, 그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맞아요. 미술관에서 경쟁자인 민현아(한주영)의 어깨를 일부러 부딪치는 장면 정도가 전부죠. 이마저도 과하게 보일 여지가 있었어요. '1등 콤플렉스'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는 있어요. 바깥에서 늘 평화로운 표정을 짓잖아요. 목소리도 높이지 않고요. 마음에 얼마나 분노가 쌓였을지 가늠이 되더라고요. 남몰래 축적하다가 폭발할 때 생기는 에너지를 기대했어요. 훨씬 서늘하고 강렬할 수 있다고 봤죠."

-마음을 고쳐먹게 되는 계기가 다소 빈약해요. 각자도생을 강조해오던 오수연이 남편 장태준(박해일)의 아이를 염두에 둔다는 설정이요.
"변혁 감독은 완벽을 추구하는 여인으로 봤더라고요. 사회에서도 집에서도 모두 성공하고 싶은 여성이요. 제 생각은 달라요. 여자라면 누구나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어 해요. 오수연은 그럴 용기가 아직 없다고 봤어요. 머릿속과 마음이 다른 거죠. 개인적인 욕망을 먼저 충족하고 아이를 가지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수연처럼 배우로서의 욕심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네요.
"그렇지 않아요. 아직 짝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에요. 생각만큼 잘 안 되더라고요. 마음 같아서는 빨리 결혼해서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어요. 아이를 낳고 길러봐야,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연기에 균형이 잡힐 수 있거든요. 결혼 뒤 출연 제안이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겪어야 연기에 진정성을 담을 수 있어요.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에 잃는 것이 두렵지 않아요."

영화 '상류사회'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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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여배우는 연차가 쌓일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지난 2년여 공백기도 그런 이유로 생겼나요.
"쉬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단련할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여배우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죠. 여성영화도 부족하고, 도전할 만한 배역도 적어요. 그러다보니 주연을 맡으면 책임감이 막중해지죠. '여기서 미끄러지면 큰 일 나겠구나'라는 불안에 휩싸여요. 상황이 나아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예요.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잖아요. 몇몇 배우들이 기획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어요. 즐기면서 일을 해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죠. 큰 문제는 아니에요. 가끔씩 삶에 여유를 줘야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거든요. 배우로서와 개인으로서의 삶이 균형을 이룰 때 연기도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수연처럼 '1등 콤플렉스'에 시달리지는 않는 것 같군요.
"비교적 일찍 깨달았어요. 연예계에 1등이 없다는 사실을요. 인기가 높아져도 그 순간만 반짝거릴 뿐이더라고요. 영화 '가족(2004년)'이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전후로 많이 느꼈죠. 1등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고 싶지 않아요. 그 뒤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오래 달리고 싶어요."

-마음을 많이 비웠군요. 조만간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볼 수 있겠는데요.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힘들 것 같은데요(웃음). 신인 시절부터 낯을 많이 가렸어요. 친구처럼 대화하며 상대를 알아가는 일은 흥미롭지만, 시청자의 웃음을 유도해낼 자신이 없어요. 방송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판을 깔아줬지만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죠.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만나도 충분할 것 같아요(웃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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