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여당 졸졸 따라가는 게 더 이상해…대등한 黨·靑 관계하 주도권 확보해야"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은산분리 추진의) 근거도 없는데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여당이 졸졸 따라가는 것도 이상한 일 아닌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당은 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실력이 부족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은산분리 완화 등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을 두고 시름을 겪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4대 개혁입법 무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위기를 겪은 옛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천 의원은 10여년 전인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의 후폭풍으로 원내 과반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의 원내사령탑을 역임했다. '108 번뇌'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됐던 열린우리당에서 천 의원은 국가보안법 개정 등 '4대 개혁입법'을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 여권 내 이견이 노출되며 실패했고,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4대 개혁입법의 무산과 우클릭은 참여정부 몰락의 단초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천 의원은 "금융은 모든 자본을 배분하는 공공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그래서 은산분리라는 원칙이 생긴 것"이라며 "일자리를 위해 규제를 푼다고 하지만, 이를 재벌ㆍ대기업에게 허용한다면 원칙을 허물고 균형을 깨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여당 내 분란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선 "10여년 전 '한국정치는 대통령의 식민지'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며 "은산 분리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여당 내 확실한 내부 논의가 선행돼야 하고, 추진 과정에서도 결정의 주도권을 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다. 갈등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청와대 등 집권세력의 문제도 짚었다. 그는 "한편으로 이는 여당만의 문제가 아닌 정권의 실력 문제"이라며 "현실적으로 (여당의 무기력은) 권력을 갖고 있는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핵심세력들이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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