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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을가다]'태국 1위' 한국형홈쇼핑의 성공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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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新남방'을 가다 <17> 성낙제 CJ오쇼핑 합작법인장 인터뷰

 CJ오쇼핑의 태국 합작 법인이자 현지 1위 홈쇼핑사인 GCJ 방콕 본사 내 스튜디오에서 쇼호스트들이 가정용 물걸레청소기 방송을 앞두고 리허설을 진행 중이다.

 CJ오쇼핑의 태국 합작 법인이자 현지 1위 홈쇼핑사인 GCJ 방콕 본사 내 스튜디오에서 쇼호스트들이 가정용 물걸레청소기 방송을 앞두고 리허설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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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태국)=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40~50개 묶음 마스크팩을 아무리 싸게 내놓아도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한국에서 품절 행진인 건강보조식품은 홈쇼핑에서 소개하기조차 어렵다. 한국 화장품이 인기임에도 정작 트렌드라는 물광ㆍ색조 제품은 외면당했다. 모두 태국 현지 소비자들의 속내를 읽지 못한 실패 사례들이다.

CJ오쇼핑의 태국 합작 법인이자 현지 1위 홈쇼핑사인 GCJ의 성낙제 법인장은 지난 6월 말 방콕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진출 6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태국 고객을 안다고 감히 말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업계 1위이자 진출 5년 만에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한 기업으로선 지나치게 겸손한 발언이다. 하지만 단순한 고객 설문조사만으론 '미소의 나라' 태국을 알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성 법인장은 거듭 강조했다. 상대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으려는 이른바 '끄렝자이 문화'의 영향이다.
한국과 달리 태국에는 반품이라는 개념 자체가 흔하지 않다. 한국에서 20% 상당인 반품률이 현지에선 5% 안팎에 그친다. 전자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확인 전화를 했더니 "고장 나서 안 썼다" "제품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덤덤한 답변을 듣기도 한다. MPS스코어 고객추천지수가 5점 만점에 3.47점이 나올 경우 한국에서는 좋은 편에 속하지만 태국 현지에서는 절대 팔아선 안 될 제품에 해당한다.

GCJ가 진출 초기 좌충우돌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소비시장의 속내를 읽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현지화가 될 리 없었던 셈이다. 대량으로 사서 쌓아놓고 쓰는 문화가 아닌 태국에서는 묶음 할인 판매 전략이 잘 통하지 않는다. 한국보다 낮은 인당 국내총생산(GDP)과 1회 구매단가도 고려할 항목이다. 현지 건강보조식품 규제가 엄격하다 보니 '콜라겐이 여성 피부에 좋다' '건강에 좋다'라는 멘트를 했다가 자칫 방송정지를 당할 우려도 크다. 성 법인장은 "매일 예상치 못한 반응을 접했다"며 "(태국 고객들이) 100점 만점에 85~90점을 줘도 만족했다는 뜻이 아니다. 반드시 다시 물어봐야 한다"고 현지시장 파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GCJ가 야심 차게 도입한 것이 바로 VIP 고객 제도다. GCJ는 매주 수요일 VIP 고객 5~6명을 초대해 가감 없는 의견을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불만 고객의 가정에 정기적으로 직원이 방문하기도 한다. 이런 시간이 거듭되면서 쌓인 자료들은 모두 태국 현지 소비자들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2014년 쿠데타, 2015년 방콕 폭탄 테러, 2016년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 서거 등 굵직굵직한 정치ㆍ사회 이슈 속에서도 GCJ가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비결은 바로 '철저한 현지화 노력'에 있었던 셈이다.
한국형 홈쇼핑의 강점도 그대로 유지했다.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 대비 5배에 달하는 태국 현지에서도 구매 3일 후 상품 도착률이 80%대에 달한다. 무엇보다 '반품률을 높이는' 파격적인 전략을 활용했다. 성 법인장은 "교환 또는 반품을 하게 될까 봐 주문조차 안 하려는 태국인들의 특성을 감안한 전략"이라며 "초기 3년간 홈쇼핑이 고객을 현혹해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쇼호스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한국형 홈쇼핑 정착에 노력했고, 현지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방콕(태국)=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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