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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다금바리/한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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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잡아 올리면 표정이 풀린다 두 마리 끌어올리면 인생은 네 박자~ 십팔번 노래가 절로 나온다 어망을 푼 아내가 웃고 김 씨가 따라 웃는다 이만하면 일당은 했네, 라면에 식은밥을 말다가 작은 놈으로 우럭 정도야 회쳐 아내 입에도 넣어 주고 제 입에도 넣는

말하자면 다금바리는 천 번을 기운 그물코다 천 번의 바느질 자국이다 김 씨가 먹어 보지 못한 것, 바다에 미쳐 공부는 점점 싫어 바다에서 나이를 먹은 김 씨가 사십 년 배를 타면서도 그 속을 모르는 속, 어둡기 전에 거둬 올려야 하는 매일의 어망이다 조수 일을 대신하는 아내의 큰손이다

[오후 한 詩]다금바리/한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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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김 씨만 그러하겠는가. 소백산 자락 아래 송이를 따러 다니는 이 씨도 그러할 것이고, 여름 내내 민어를 쫓아다니는 정 씨도, 봄볕이 들자마자 벌들을 따라 이 산 저 산 옮겨 다니는 강 씨도 그러할 것이다. 곶감을 깎는 전 씨도, 천혜향을 매만지는 허 씨도, 염소를 키우는 최 씨도 살림살이는 그저 고만하고 고만해 "매일" "어둡기 전에 거둬 올려야 하는" 생계는 빠듯하고 하루하루는 자잘할 따름이다. 그러나 다행이어라, 천만다행이어라. 그들의 아내들은 때론 사내보다 배포가 커도 몇 갑자는 우람차게 커 괜히 구석에서 눈치나 보는 좀스런 남편 입에다 다금바리뿐이랴 송이도 민어도 꿀도 곶감도 어느 결에 쑥쑥 넣어 주니, 아내들이여,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야 뭐 도다리 한 접시면 그저 감지덕지이니….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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