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 詩]가장 행복했었다/허의행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개도 똥을 눌 때는
재촉하거나 때리지 않는다
산짐승도 똥을 눌 때는 총을
겨누지 않는다 하루 중
화장실에서 똥을 눌 때만은
행복했었다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바람도 없었다 아늑했다
조용한 곳이다 혼자뿐이다
편안하다 똥을 다 누고서도
앉아 있었다 그동안은
가장 행복했었다
[오후 한 詩]가장 행복했었다/허의행
AD
원본보기 아이콘


■명쾌하고 재미난 시다. 좋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뒷맛이 좀 씁쓸하다. 왜 그럴까 한참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시 제목과 본문에 걸쳐 두 번 적힌 "가장"과 세 번 쓰인 "행복했었다" 때문인 듯하다. "가장"은 그 뜻을 누구나 알 테고, '-었었-'은 현재와 비교해 다르거나 단절되어 있는 과거의 사건을 나타내거나 그것이 과거였음을 좀 더 강조할 때 사용하는 어미다. 다시 적자면 똥을 누던 "그동안"이 "가장" 행복"했었"다는 것이다. 매시간 똥을 눌 수도 없고 괜히 쓸쓸하고 착잡하다. 이 시에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방하착(放下着) 착득거(着得去)'라는 공안이 있다. 범박하게 말해 앞의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도 또한 내려놓으라는 뜻이고, 뒤의 말은 다시 지고 가라는 의미다. 행복은 어쩌면 이 둘 사이를 오가는 일이 아닐까 자문하다 너무 어려워 그만둔다. 죄송하지만, '할!'이 아니라 '헐!'이다. 채상우 시인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유명 인사 다 모였네…유재석이 선택한 아파트, 누가 사나 봤더니 '엔비디아 테스트' 실패설에 즉각 대응한 삼성전자(종합) 기준금리 11연속 동결…이창용 "인하시점 불확실성 더 커져"(종합2보)

    #국내이슈

  • 칸 황금종려상에 숀 베이커 감독 '아노라' …"성매매업 종사자에 상 바쳐" '반려견 대환영' 항공기 첫 운항…1천만원 고가에도 '전석매진' 비트코인 이어 이더리움도…美증권위, 현물 ETF 승인

    #해외이슈

  • [포토]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방한 [포토] 고개 숙이는 가수 김호중 [아경포토] 이용객 가장 많은 서울 지하철역은?

    #포토PICK

  • "없어서 못 팔아" 출시 2개월 만에 완판…예상 밖 '전기차 강자' 된 아우디 기아 사장"'모두를 위한 전기차' 첫발 떼…전동화 전환, 그대로 간다" KG모빌리티, 전기·LPG 등 택시 모델 3종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국회 통과 청신호 '고준위방폐장 특별법' [뉴스속 용어]美 반대에도…‘글로벌 부유세’ 논의 급물살 [뉴스속 용어]서울 시내에 속속 설치되는 'DTM'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