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누가 먼제 제안했나…진실게임 양상

트럼프 "북한 요청에 의한 것"
최선희 "저들이 먼저 대화 청탁"
일각 "靑 과장으로 오해 불거져"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북·미가 정상회담을 어느 쪽에서 먼저 제안했는지를 두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선 북·미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온 청와대가 양측의 의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는 내용의 서한에서 "우리는 그 회담이 북한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들었으나(informed), 우리에게 그 점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irrelevant)"고 밝혔다. 북한이 먼저 정상회담을 제의했으나, 이후 태도가 돌변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저들(미국)이 먼저 대화를 청탁하고도 마치 우리가 마주앉자고 청한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과연 미국이 여기서 얻을 수 있다고 타산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된다.

이처럼 북·미 간 시각차가 발생한 것이 한국 때문이라는 해석이 미국에서 나온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6일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하기까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중재가 큰 역할을 했지만 한국이 양쪽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과장이 있었고 이로 인한 오해가 불거졌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가 정상회담 제안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해 "지금 민감한 시기"라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한국 정부가 대답할 사항이 아니다"며 "잘못 전달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보도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