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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모녀부터 구미 부자까지…복지사각지대 놓인 한부모 가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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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안타까운 사망 줄 이어…빈곤 겪고 있는 한부모 가정 발굴 시급

송파 세모녀부터 구미 부자까지…복지사각지대 놓인 한부모 가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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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지난 3일 오후 2시30분께 경북 구미시 한 원룸에서 A(29)씨와 생후 16개월 된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원룸 관리업체 직원이 밀린 월세를 받으려 찾아갔다가 이상한 냄새가 나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원룸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방안에 A씨와 아기가 나란히 누워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시신을 부검한 결과 타살 흔적이 없고, 원룸에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경찰은 A씨가 사실혼 관계였던 아내와 수개월 전에 헤어진 후 혼자 아들을 데리고 생활해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견 당시 A씨와 아기는 매우 야위어 있어 A씨가 병을 앓다가 숨지고 아기는 굶어 숨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2014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관련법에 개정되는 등 정부가 사회 복지망 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올해만도 4월 충북 증평 모녀 사망 사건과 이번 구미 부자 사건까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부모 가정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쓸쓸히 죽음을 맞았다.

정부는 송파 세모녀 사건이 발생한 2014년을 기점으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과 ‘긴급복지 지원법’을 개정하고,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복지 3법을 시행했다. 지원 대상자 발굴을 위해 단전, 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공공기간의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그러나 ‘송파 세모녀법’이라고 명명된 이 복지 3법도 정작 송파 세모녀에게는 적용이 어려운 데다가 증평 모녀 사건 당시에도 아무런 대책이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복지 3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원 대상이 되면 생계·주거·의료 등 7가지 급여를 모두 받지만, 대상자 선정 심사에서 탈락하면 모두를 못 받았던 이전의 기초생활수급제도 대신 급여별 기준이 정해졌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송파 세모녀는 주거나 의료 등 개별 급여 부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에 막혀 수급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3대적폐폐지행동과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빈곤사회연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증평 모녀의 죽음 추모 및 빈곤과 복지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3대적폐폐지행동과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빈곤사회연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증평 모녀의 죽음 추모 및 빈곤과 복지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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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평 모녀' 사건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여성은 1억5000만원의 부채를 떠안았으며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딸에게 매달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 10만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보증금이 1억2500만원인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복지 지원은 받지 못했다. 건강보험료도 5개월이나 체납됐지만 '5만원 이하 6개월 이상' 밀려야 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긴급복지지원 명단에도 못 올랐다.

아들과 함께 숨진 A씨 역시 뚜렷한 직업 없이 주민등록도 말소된 상태로 구미시에 기초생활 수급과 의료비 지원 등 복지 혜택을 위한 서류 신청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한부모 가정 발굴에 조금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 따르면 10일 현재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은 국내 15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0.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한 설문조사에서는 ‘혼인 외 가정에 대해 우리 사회가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답변을 한 응답자가 전체의 90.5%에 달하는 등 사회적 차별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정부도 한부모 가정의 빈곤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성가족부가 매년 5월10일을 ‘한부모 가정의 날’로 제정했고, 오는 7월에는 ‘한부모가족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10일 오후 2시에는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관련 기념 행사 및 정책 세미나도 예정돼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한부모 가정은 전통적 가족형태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편견과 사회적 무시를 당하고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한부모 홀로 생계와 양육을 책임져야 해 경제적 고충도 크기 때문에 법과제도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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