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이 나온 타이밍과 정세 흐름을 고려한 독해가 필요하다. 북한은 '비핵화' 관련 타결을 앞두고 있다. 협상력을 높여야하는 상황이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무리다. 또한 대내적으로 병진노선과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있을 비핵화 실행 사이의 논리적ㆍ현실적 괴리를 메우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비핵화 결정을 갑자기 내놓기에는 정치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정상회담의 성과를 촉진하면서도 내부적인 논리적 공백도 적정 수준에서 메우는 스탠스가 필요했을 것이다. 결국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정세 흐름과 대내적 설득 담론 사이의 '비동시성'을 감안해 북한의 발언을 음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북ㆍ미 사이의 사전 직ㆍ간접적인 교감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사실상 중단에 들어가 있던 핵ㆍ미사일 활동 중단을 굳이 공식 선언한 것도 그렇다. 표면적으론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모양새를 만듦으로써 북ㆍ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결정이 미 국무장관 내정자인 폼페이오의 비공개 방북 이후 나왔다는 점이다. 미국이 우려하는 본토와 주요 미군기지 위협 미사일까지 비핵화 범주에 넣는 것에 대한 북ㆍ미 간 일정한 교감이 있었다면, 향후 타결과 실행을 두고 북ㆍ미 간 갈등의 소지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향후 남북 및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타결되고 구체적 실행에 들어가도 북한은 국내적으로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비핵화'를 '핵군축'의 용어로 표현할 가능성이 있다. '전략국가' 역시 핵보유국과 동일시하던 기존 용법에서 동북아 질서 변화에서 북한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갖게 되었다는 외교안보적 일반 용법으로 개념적 변용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비핵화' 용어가 아닌 '전략국가'나 '핵군축'으로 이를 대체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핵을 폐기해 가는 국가가 자신을 추스르는 '자존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또 핵ㆍ미사일 고도화에 허리띠를 졸라맸던 주민들을 위한 심리적 완충 용어로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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