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서양의 고전음악은 고대 종교의식에서 시작해 중세를 거치면서 왕족이나 귀족들의 취향에 따라 발전하고, 시민사회가 성숙하면서 위대한 음악가들이 완성시킨 깊이 있는 음악이다. 서양 술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와인도 신화시대부터 등장해 종교의식에 사용한 술로서, 역시 왕족이나 귀족들의 입맛에 맞게 발전했다. 그래서 와인은 주로 상류층이 마시고 가난한 서민들은 맥주를 마시는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유럽에서 포도재배가 잘된 곳은 와인이 발달하고 그렇지 않는 곳에서는 맥주가 발달했지만, 어디서나 상류층은 와인을 선호해, 포도재배가 잘 안 되는 영국이나 북유럽의 귀족들이 와인의 품질과 가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이나 클래식 음악은 잘난 척하기 좋다는 점도 많이 작용한다. 음악회 프로그램은 와인 라벨과 마찬가지로 모두 외국어 일색이고, 우리가 잘 아는 음악은 연주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근엄한 척 앉아서 지루한 음악을 듣듯이 와인도 아주 비싼 거라면서 맛과 향이 환상적이라고 떠들어대는 사람이 많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고급 와인은 '돼지에게 진주'나 마찬가지다. 와인은 알아야 마시고, 알아야 팔 수 있다. 물론 마시는 데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로 그냥 마신다는 것은 제목을 모르고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이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와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꽤 오래됐지만 아직 대중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일부 계층에서만 소비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와인을 까다로운 술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드와인에는 붉은 고기를, 화이트와인에는 생선을, 그리고 잔을 쥐는 법, 마실 때의 온도가 어쩌고 하는 쓸데없는 격식을 따지는데, 이것은 음악회 때 정장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몇몇 공연장의 규칙과 다를 것이 없다. 물론 정중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집안에서, 차 속에서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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